전금법 놓고 격해지는 한은·금융위 갈등

입력 2021-02-21 15:52수정 2021-02-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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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빅테크에 지급결제 권한 놓고 대립..2019년초부터 갈등 잉태
입법발의 격돌에 감정싸움까지..윤관석 의원 “금융소비자중심법 이견 논의할 것”

(셔터스톡)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간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서로 다른 입법발의가 이뤄진데다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는 양상이다.

◇ 핵심은 지급결제청산 관련 허가 및 감독권한 = 갈등의 핵심은 지급결제청산과 관련한 허가 및 감독권한이다. 금융위는 핀테크(금융기술)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육성과 금융권 전체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인프라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은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없이 수집하는 소위 빅브라더법이 될 수 있고, 중앙은행 고유 업무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은이 빅브라더라고 한 건 오해다.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금융사고가 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무게중심은 한은쪽에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개최된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지급거래 관련 개인정보가 관련법들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무제한 집중될 수 있다”며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전금법 개정안에 신설된 전자지급거래 청산의무 조항(제36조의9)에 따르면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거래 비밀보장, 신용정보 이용·보호법상 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대한 동의 및 개인신용정보 이용 제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은 물론, 대통령령이 정하는 법률의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게 된다.

금융위가 결제원을 감독하겠다는 것은 결국 한은까지 금융위 밑에 두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실제 2019년 2월 금융위 관계자는 “헤드쿼터(HQ·본부)는 금융위다. 거액결제시스템을 담당하는 한은이나, 소액결제시스템을 담당하는 결제원은 손발일 뿐”이라며 이같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결제원은 현재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사원총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한은 총재가 사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

◇ 한은 미온적 태도가 갈등 키워 = 양기관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가 마련하고 국회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나온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작년 11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59분간의 기자회견에서 무려 11분20초를 할애해 “지급결제청산업에 관한 조항에 문제가 있다. 지급결제 관리,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관리는 중앙은행의 핵심 고유기능”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작년 11월22일엔 국회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은으로 하여금 지급결제제도에 관한 운영기준을 마련하게 하고, 자료제출권, 시정요구권 등을 한은에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들 각각 법안은 이달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에 상정됐다.

감정싸움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윤관석 의원이 최근 이주열 총재를 향해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은 “전금법 개정안 발의시 윤 의원이 이 총재에게 의견을 물었고, 당시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이 총재가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강하게 비판하면서 윤 의원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며 “이 총재가 지급결제업무를 잘 몰라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21일 윤 의원은 “내가 이야기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전금법 취지는 전면 개정안에 가까울 정도다. 지급결제만 쟁점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이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가고 있다. 핀테크·빅테크도 생겼다. 금융소비자 중심의 법안을 만드는게 취지”라며 “금융소비자의 편익과 이익 보호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을 1차적으로 강조한다. 이번주 공청회도 있다. 이견은 심의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내부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을 네이버법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한은 관계자는 “전금법이 개정되면 그간 은행들이 구축해온 지급결제 인프라를 네이버 등 빅테크업체가 무임으로 승차하게 된다”며 “전금법은 네이버를 위한 네이버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위가 지급결제업무를 주도하려는 시도가 알려진 것은 2019년 2월25일 ‘핀테크 및 금융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김학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한은 출신이 아닌 인사로는 처음으로 결제원장에 앉은 것도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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