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뉴스 사용료 압박에 엇갈린 대응…호주서 미디어산업 운명 갈리나

▲페이스북이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여파로 18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뉴스 포스트가 사라졌다. 시드니/AP연합뉴스

호주 정부의 ‘뉴스 유료화’ 정책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구글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과 뉴스 사용료를 내기로 합의하고 호주 현지 매체들과 사용료 협상도 계속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호주에서의 뉴스 서비스를 아예 중단해버렸다.

호주와 구글, 페이스북의 뉴스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세계 최초로 IT 대기업에 대해 언론사 뉴스 사용료 부과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작년 12월 의회에 제출한 ‘미디어 협상법’ 초안에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언론사로부터 끌어다 쓴 기사 콘텐츠에 대해 의무적으로 대가를 치르도록 했다. 해당 법안은 초당파적 지지를 얻고 있어 곧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IT 플랫폼이 이 법률의 대상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광고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는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 법안의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했다. 이에 두 기업은 곧장 맹렬한 반발에 나섰다. 앞서 구글은 해당 법안이 시행될 시 호주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으며, 페이스북 또한 법안이 현재 형태로 통과되면 호주 사용자들이 뉴스를 공유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가 다가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대응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구글은 호주의 개별 매체들과 사용료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 호주의 대형 미디어 기업인 ‘세븐 웨스트 미디어’와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날 뉴스코프 산하 언론사들에 뉴스 사용료를 내기로 합의했다. 뉴스코프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호주 뉴스닷컴과 스카이뉴스도 포함한다. 10년간의 협상 끝에 마침내 구글이 뉴스코프에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구글은 뉴스코프와 광고 수익 공유는 물론 뉴스 구독 플랫폼까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구글 산하 유튜브의 경우에는 뉴스코프와 협력해 음성이나 동영상 형태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아예 호주에서의 뉴스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페이스북 측은 “언론은 기사를 자발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4억700만 호주달러(약 3492억 원) 규모의 실질적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실을 무시한 법을 따르거나 호주 내 서비스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페이스북에서는 호주 언론이 보도한 뉴스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할 수 없으며, 호주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상에서 해외 언론사가 올린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된다. FT는 “페이스북의 행동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호주 미디어의 뉴스가 모든 페이스북 사용자의 플랫폼에서 차단됐다”고 전했다.

한편 뉴스 사용료 부과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호주 정부와 IT 공룡 간의 힘겨루기는 유럽 등 전 세계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유럽연합(EU) 역시 플랫폼 사업자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대 IT 기업과 호주 정부와의 대립은 머지않아 세계로 확대되는 싸움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전 세계 다른 나라들도 선례로 삼을 것”이라며 “해당 조처는 사람들이 뉴스 정보를 온라인으로 접근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중단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