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7 후속 K8 공개…“이름까지 바꾼 이유 있었네”

입력 2021-02-17 15:1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준대형차 수준 넘어선 차 크기와 상품성 강조
첨단 기술 망라한 K8 진보에 K9 단종설 확산
그랜저와 맞경쟁 대신 윗급에 포지셔닝 전략
스팅어 엔진 배기량, 제네시스 G70과 차별화

(사진제공=기아)

기아의 새 엠블럼을 단 첫 모델 'K8'이 모습을 드러냈다.

준대형 세단 K7 후속으로 등장한 새 모델은 차 이름까지 바꾸며 현대차 그랜저의 윗급으로 자리매김한다. 차 크기와 상품성, 편의장비는 물론 가격까지 그랜저 윗급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준대형 세단 K7의 후속 모델(코드명 GL3)의 차명을 K8로 확정하고 17일 외장 디자인을 공개했다.

K7은 2009년 1세대 출시 이후 K시리즈의 출발을 알렸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50만 대 이상 판매된, 기아를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이다.

3세대로 거듭난 새 모델은 K7이 가진 혁신의 이미지를 계승했다. "디자인과 크기, 상품성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진보했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후속 모델은 차 이름을 K7에서 K8으로 업그레이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그랜저를 추월하기 위한 기아의 전략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ㆍ기아에서는 이런 전망을 일축한다. 상호 상품 전략을 차별화한 이른바 '리-포지셔닝'을 앞세워 전체 준대형차 시장에서 자사의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게 현대차와 기아의 공통된 상품계획이다.

▲2020년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 K7 월별 판매 추이. (자료=현대차기아)

◇현대차 그랜저 생산 능력 자체가 기아 K7 크게 앞서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 연간 판매는 14만5463대에 달했다. 기아 K7 판매는 4만1048대에 머물렀다. 판매 결과만 보면 현대차 그랜저의 압승이다.

반면 속내를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쏘나타와 함께 생산 중인 그랜저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15만 대 수준. 반면 기아 화성공장에서 생산 중인 K7은 연간 6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그랜저의 생산능력 자체가 K7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실제로 K7은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선보인 2019년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당시 기아는 생산능력의 20%를 초과한 월 7000대를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동차 시장에서는 "K7이 그랜저 추월에 실패했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의 양산능력과 판매망 자체가 기아를 크게 웃도는 구조적 차이를 간과한 반응이다.

(사진제공=기아)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막아라

결국, 현대차와 기아는 맞경쟁 대신 상품전략을 수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앞세워 엔트리급 수입차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합병 이후 본격적인 플랫폼 공유에 나섰다. 첫 번째 모델이 중형세단이었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옵티마는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개발 및 생산원가를 크게 낮췄다. 반면 서로간의 특색은 흐릿해졌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차"라는 오명도 뒤따랐다.

이를 벗어내기 위해 현대차는 편의 장비를 넉넉하게 채우고 ‘고급화’를 추구했다. 기아는 스포티 감성을 앞세워 ‘고성능’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같은 중형차지만 배기량에서 차이를 둬 등급을 달리했다. 한때 NF쏘나타가 배기량 2.0과 2.4를 출시하는 사이, 기아 로체는 1.8과 2.0을 판매했다.

고급차 제품군도 마찬가지다. 기아의 최고급 모델 K9은 제네시스 G90과 G80 사이에 자리매김한다. 스포츠 세단 스팅어 역시 엔진 배기량과 가격을 따졌을 때 제네시스 G70보다 윗급, G80보다는 아랫급을 파고든다.

현대차와 기아의 후륜구동 세단 5개 모델이 서로의 빈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자기자본 잠식, 이른바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제공=기아)

◇K8 성공 여부에 따라 그랜저 윗급에 대한 고민 커져

K7이 K8으로 업그레이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K8이 사실상 기아의 기함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윗급 'K9 단종설'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K8의 성공 여부에 따라 현대차의 고민도 커진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현대차의 플래그십은 줄곧 그랜저였다. 전 세계에서 플래그십 세단이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그랜저 윗급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해 왔지만, 도전 자체가 쉽지는 않다. 한때 그랜저 윗급 ‘아슬란’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자동차 시장이 고급차와 SUV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준대형차를 사이에 두고 현대차ㆍ기아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아 관계자는 “GL3(K8 코드 네임) 개발 초기부터 동급 경쟁모델을 앞서는 넉넉한 차 크기와 상품성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라며 “시장이 요구하는 준대형 세단의 가치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차명을 K8으로 바꿔도 충분하다는 내부 결론이 났다. 사전에 주력 구매층을 상대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마쳤는데 거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었다”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