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 ‘잃어버린 30년’ 탈출…닛케이지수, 3만 선 돌파

입력 2021-02-15 15:38수정 2021-0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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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와 커플링 현상
실적 개선·경기회복 가시화도 랠리 기여

일본증시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다.

닛케이225지수는 15일 전 거래일 대비 568.08포인트(1.91%) 상승한 3만84.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이날 상승 출발했으며 개장 직후 상승폭이 1%대로 확대되면서 3만 선 고지를 가볍게 넘어섰다. 닛케이지수가 3만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0년 8월 이후 약 3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강조했다. 토픽스지수 역시 1.04% 오른 1953.94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에 3만 선에 재진입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잃어버린 30년’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증시는 1980년 말까지 호황을 누리다 1990년대 들어서 버블 붕괴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그 결과 한때 3만8915.87까지 찍었던 닛케이지수는 반 토막 나기도 했으나 꾸준한 회복세를 보인 끝에 3만 선에 복귀한 것이다.

일본증시 랠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증시 커플링(동조)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증시 3대 지수는 12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깼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전 세계 증시를 견인하는 가운데 일본 체감경기와 기업 실적 개선도 일본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 등 주요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며 2020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14일 화이자를 대상으로 자국 첫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정식 승인하면서 백신 보급화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지표 호조도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됐다. 내각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연율 환산 GDP 증가율은 12.7%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1%를 웃돌았다.

도쿄 소재 JP모건자산운용의 마에카와 쇼고 전략가는 “지금부터 여름까지 미국에서 경제 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백신 보급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경제 정상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도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수급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일본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월 첫째 주에만 외국인은 8560억 엔(약 9조 원)어치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590억 엔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만 선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카마이 타케오 CLSA증권 연구원은 “일본 시장 자체에 촉매제가 없어 향후 상승세는 미국증시 향방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랠리가 외국인 투자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정작 일반 국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지수가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이탈해 수혜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1990년대 말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이 20.5%였지만, 2019년 말 16.5%로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의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은 1990년대 말 4.7%에서 2017년 말 30.3%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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