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머스크 형, 그런 거 아니지?”

입력 2021-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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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국제경제부 기자

요즘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만큼 바쁜 사람도 없어 보인다. 자신을 세계 1위 부호 반열에 오르게 한 테슬라 전기차를 만들면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개척용 로켓도 쏘아 올리고 있다.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원숭이 두뇌에 비디오 게임 칩도 이식했다. 뇌-컴퓨터 연결 기술로 사지 마비 환자의 감각을 되찾게 한다는 목표다. 한 번에 하나도 버거운 인류 숙원 과제를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온라인 쇼핑몰 ‘엣시’, 오프라인 비디오 유통업체 ‘게임스톱’, 의료 부품 제조업체 ‘시그널어드밴스’ 주가가 폭등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머스크의 지원 사격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시장이 ‘머스크 근접성(proximity)’에 따라 움직인다는 자조가 나온다. 경제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론 마켓(Elon Market) 가설’ 등장이다.

‘파파 머스크(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들이 머스크를 부르는 애칭)’ 현상은 ‘괴짜 천재’를 향한 신뢰와 제도권에 대한 불만이 결합한 결과다. 미래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에,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집념이 믿음을 불렀다. 또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태도도 젊은 세대엔 호감 요소다. 미국 개미들이 ‘기생충’으로 여긴 공매도 세력에 머스크는 ‘테슬라 쇼트팬츠’를 선물했다. 공매도를 뜻하는 ‘쇼트(short)’를 활용해 조롱한 것이다.

머스크 신봉에 설득력이 있지만, 경계는 필요하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당국에 불려가 납작 엎드렸다. 중국이 법규를 준수하라고 질책하자 깊이 반성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규제가 혁신에 방해된다며 텍사스로 이주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를 ‘공매도 강화 위원회’라며 맞짱 뜨던 패기는 없었다.

전투력은 상대를 봐가며 발휘하는 것인지, 결국 미국 IT 공룡들과 자본의 파우스트식 거래(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이름을 딴 표현)를 닮아가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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