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산업부 차장
요즘은 스마트폰만 열어도 내일 날씨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예보가 제대로 맞지 않아 문제이기는 하지요. 얼마만큼은 기대감을 접어둔 채 일기 예보를 접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9시 뉴스 말미에 나오는 일기예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니 세상 참 편해졌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라별로 기후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일기 예보 역시 고유의 특징을 지닙니다.
두바이에서는 모래폭풍 예보가 필수인데요. 이곳의 모래폭풍은 살인적입니다. 단순한 모래바람 수준을 넘어, 한 번 불어오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앞을 바라보지도 못할 만큼 누런 모래가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그뿐인가요. 도로 위로 날아든 모래는 자동차 타이어의 접지력을 무너트리는 원인이 됩니다. 전방 시야까지 가로막을 때가 많아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북유럽은 또 어떤가요. 그들은 일기 예보 때 우울증 지수를 내놓기도 하는데요. 흐린 날씨가 지속되면 항우울제 처방이 늘어난다는 핀란드의 경우 ‘우울증 지수’를 발표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지요.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도 여름철 일기예보 때 ‘불쾌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온과 습도 차이를 기준 삼아 수치화된 ‘지수’를 발표하는 것인데요. 이처럼 다양한 일기 예보 가운데 우리나라에 절실한 지수가 있습니다. 제목에 언급한 대로 '블랙 아이스' 경보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에 습설 또는 비가 내린 이후 기온이 급강하하면 도로가 얼어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빙판길만큼 위험하지만, 눈에는 일반 도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 대부분이 연쇄 추돌 또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도로 위의 복병’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 일부 지역은 블랙 아이스 경보가 있습니다. 대형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일기 예보 때마다 이를 경고하거나 지수로 만들어 예보하는 것이지요. 이른바 ‘Freezing Rain Risk’입니다.
영상의 기온 속에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친 직후 기온이 급격하게 영하로 떨어지면 블랙 아이스 경보를 내리는데, 이게 운전자에게 적잖게 도움이 되고 또 사고를 막아내는 역할을 톡톡하게 합니다.
이런 블랙 아이스 경고는 우리나라 겨울철에도 절실합니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지요. 정부와 관계기관이 안전운전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운전자가 주의할 수 있도록 예보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먼저 나서 이런 ‘블랙 아이스’ 경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지요. 방식은 전방 도로를 달리고 있는 선행 차량에서 도로 결빙 정보를 전달받아 뒤 차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앞서 달린 여러 자동차의 속도와 실제 바퀴 회전수 차이, 주행안정장치 가동 여부 등을 종합해 블랙 아이스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같은 경로를 달리는 뒤차에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지요.
이른바 자동차와 자동차가 소통하고 서로 통신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런 시스템은 일반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런 ‘진화적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조차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법 등 갖가지 규제에 촘촘히 가로막혀 있어서 문제입니다. 언젠가 풀어야 할 규제라면 과감한 결단도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움직여도 다른 나라보다 이미 늦은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