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는 10일 '압구정지구 특별계획구역4(압구정 4구역)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조합 설립 신청서를 인가했다. 압구정동에서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구정 4구역은 현대아파트 8차와 한양아파트 3ㆍ4ㆍ6차로 이뤄져 있다. 현재 1300여 가구인 아파트를 2000여 가구 규모로 재건축하겠다는 게 조합 계획이다.
고가ㆍ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 일대는 재건축 대어로 꼽히지만 그동안엔 주민 이견 등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렸다. 압구정 4구역만 해도 2017년 재건축 추진위가 출범했지만 3년 넘게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 규제가 역설적으로 조합 설립을 도왔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을 개정, 2년 이상 재건축 아파트에 실거주한 소유주에게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조합 설립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2년 실거주 의무는 법 개정 3개월 후 설립되는 재건축 조합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그 전에 조합 설립을 마치면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마침 연말로 예정됐던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막판 스퍼트를 낼 수 있었다.
김윤수 압구정 4구역 조합장은 조합 설립 인가 직후 조합원에게 보낸 글에서 "이(조합 설립)로써 법령 개정으로 강화되는 조합원 자격 요건을 피하고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압구정동 일대에선 압구정 4구역을 시작으로 재건축 조합 설립이 이어질 예정이다. 압구정 5구역(한양 1ㆍ2차)는 이미 구청에 조합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고 나머지 구역 역시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 요건을 갖춘 상태다.
지지부진했던 압구정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30억 원 선이던 현대아파트 8차 전용 84㎡형은 지난달 37억 원에 매매했다. 호가는 41억 원까지 나간다.
정부ㆍ여당은 다음 달까지 도정법 등 주택 규제 관련 법안 정비를 마무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