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역차별?…미국 법무부, 예일대 아시아·백인 입학차별 소송 취하

입력 2021-02-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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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정권서 제기된 소송 철회
‘인종 등 기초해 지원자 차별’ 결정문도 취소
아시아·미국인 역차별 논란 계속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인 예일대를 상대로 제기된 입학차별 소송을 취하했다. 해당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제기한 것으로, 당시 법무부는 예일대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백인·아시아계 미국인 학부 지원자를 역차별해 시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가용한 사실관계와 환경, 법률 상황 등을 고려해 소송을 취하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인종과 출신, 국적에 기초해 지원자들을 차별한다고 한 결정문 역시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 취하 결정은 판사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에 철회된 소송은 트럼프 전 행정부 하에서 제기된 것이다. 당시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예일대가 대입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과 백인을 차별, 시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1964년 제정된 시민권법은 인종·피부색·출신 지역·종교·성별 등에 따른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소송 핵심은 예일대의 신입생 선발 과정이 백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법무부는 아시아계 미국인·백인 지원자의 합격 확률이 흑인 지원자의 8분의 1~4분의 1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2000∼2017년 예일대 전체 합격자 중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지원자 중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았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과 백인 학생의 경우 합격자 비율이 전체 지원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 측은 학부생 입시 과정에서 인종을 많은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하기는 하지만, 학생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인종에 따른 지원자 차별이 없었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며 “예일대의 입시제도는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우리의 대입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WSJ는 이번 소송 취하 결정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민권 집행에 대한 연방정부의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는 최신 징후”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 계획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성소수자(LGBT) 보호·의결권·건강 보험법 등 각종 정책에 대한 방향을 바꾸면서 법무부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움직임 중 첫 번째에 속한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입장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집권 이후 법적 입장을 많이 바꿨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민권 집행과 같은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대입 과정에서 백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미국에서는 예일대의 사례 이외에도 입학 사정 시 인종을 고려해온 대학들의 관행을 둘러싼 법적 시비가 계속돼왔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인 예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반대하는 이 단체는 "하버드가 캠퍼스 내 인종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입학자 수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버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심과 항소심에서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고, 현재 연방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이 단체는 며칠 안에 예일대를 상대로도 입학 관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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