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매업체, 치솟는 물류비용에 제품 부족 직면

입력 2021-02-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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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유럽 해상 운임, 8주 새 4배 폭등
중국 경기회복에 컨테이너 품귀 현상
제조업체도 비상…IHS마킷 “유럽 제조업 비중 높아져 유로존 전체에 영향”

▲중국-유럽 해상 운임(BDI) 지수 등락 추이. 지중해(파란선)와 북유럽(분홍선) 현황.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유럽 소매업체들이 치솟는 물류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제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상 운임 급증에 유럽 업체들이 가구, 스포츠용품, 장난감, 과일류 등 전 제품 수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난 8주 새 중국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 운임은 4배 이상 급등했다. 화주와 화물 운송 업체가 컨테이너 확보를 위해 경쟁하면서 비용이 사상 최고치로 솟은 것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등이 소속된 유럽스포츠용품산업연합의 유리 메르시에 사무총장은 “지난 몇 주간의 배송 지연이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다음 문제는 이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송이 수개월 지연된다면 지난해 주문한 겨울 상품들의 판매 시기를 놓쳐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에서 건과일과 견과류 소매업체를 대표하는 단체 프루컴(Frucom)은 이달 EU 집행위원회(EC)에 보낸 서한에서 회원사 중 일부가 40피트 기준 컨테이너 운임으로 1만6500달러(약 1844만 원)를 요구받았다고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15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프루컴은 “몇몇 회원사는 올해 제품 구매 계약 취소 의사를 밝혔다”며 “지난해 12월 받기로 했던 상품 일부가 이제야 회사에 도착하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유럽 최대 소매업체 중 하나인 영국 할포드 역시 운임 폭등에 따른 배송과 재고 문제로 최근 거래 중단을 시사한 상태다.

온라인 화물 시장 플랫폼 프레이토스가 9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지난 6개월간 공급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운임을 높여도 컨테이너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홈퍼니싱 업체 하우스오브(Houseof)의 헬렌 화이트 창업자는 “운임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해도 컨테이너를 구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선적된 상품으로는 어떠한 이익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난감 소매업체 디엔터테이너의 개리 그랜트 창립자 역시 “어처구니 없는 운임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평소 50여 개의 컨테이너를 아시아에서 들여오지만, 운임을 지급할 수 없어 현재 200여 개의 컨테이너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도 비상에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유럽 내 제조업체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제약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1월 공급업체 배송 시간은 IHS마킷이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C는 “최근 EU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항로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크게 오른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시장 참가자들과 현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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