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땅 어디 없나" 국토부·서울시 '영끌 공급 대책' 고심

입력 2021-01-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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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초 나올 주택 공급 방안에 관심
철도역 부지ㆍ방치된 택지 활용…소방서 복합개발 검토
임대주택 위주 공급엔 시장 반응 '시큰둥'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입지와 공급 방식 등 여러 변수가 끼어들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는 다음 달 초 서울 등 수도권 도심에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대책을 내놓는다. 공급 방안으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차례 의지를 밝힌 역세권 고밀 개발과 공공 주도 정비사업(공공재개발ㆍ재건축, 공공 참여형 소규모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관계 기관에선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를 찾는 데도 한창이다. 정비사업과 병행해 주택 공급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의 참여를 늘려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 택지의 과감한 개발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코레일, 서빙고역ㆍ오류동역 택지 개발 검토
방치된 택지 재활용하고 소방서까지 복합개발 만지작

신규 택지 후보지로는 철도 부지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가 우선 거론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과 구로구 오류동역에 공공주택 부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외부 요청이 있어서 관계 부서 검토를 진행했다"며 "공사 소유 부지 활용 방안을 살펴본 것이지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SH도 서울교통공사가 소유한 고덕ㆍ신내ㆍ천왕차량기지 세 곳에서 공공주택 단지 조성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지도 유력한 후보지다. 땅을 국가가 소유한 만큼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에도 용산구 원효로3가에 있는 옛 국립전파연구원 부지를 넘겨받기 위해 소유주인 우정사업본부와 협상했다. 여당이 수도권 내 공공기관을 세종시나 비(非)수도권 혁신도시로 이전하려는 것과 맞물려, 이들 기관 부지를 택지로 활용하는 카드도 유력하다.

개발업계에선 기상청이 대전으로 옮겨가면 동작구 신대방동 기존 청사가 택지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정 기상청 대변인은 "아직 구체적인 이전 위치와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청사 활용 방안은 추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려다 좌초됐던 택지에서도 사업 재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SH는 잠실과 탄천을 포함한 서울 시내 유수지 6곳을 택지로 개발하기 위해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송파구 잠실 유수지와 탄천 유수지는 2013년 행복주택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됐으나 주민 반대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국토부 등은 사업 재개를 위해 2018년부터 송파구와 접촉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호우 때 유수지가 물에 잠기는 등 안전성 문제가 남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유수지 일대 모습. (출처=정보공개포털)

택지가 부족하다 보니 공공기관 청사를 주거-행정 복합건물로 새로 지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미 서울시와 국토부는 주민센터와 우체국 등을 주거 기능을 갖춘 복합건물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기에 더해 소방서까지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2019년에도 추진됐다. 소음 등 이유로 폐기됐던 카드다. 이번에도 반응은 냉담하다. A 소방사는 "새로 청사를 지으면 좋긴 하겠지만 주민 차량 등과 뒤엉켜 소방차 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소방차 사이렌 민원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노른자 땅에 임대주택 위주 공급에 시장 반응 '미지근'
공공자가주택 도입도 예고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 못지않게 공급 방식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8ㆍ4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초구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ㆍ서초동 국립외교원, 용산구 한강로1가 '캠프 킴' 기지 등 노른자 땅을 택지로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임대주택 위주로 택지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시장 수요 전반을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급 대책을 앞두고 정부는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공공자가주택은 주택 소유권은 민간에 주되 시세 차익 환수 장치를 두는 제도다. 토지임대부 주택(건물만 분양하고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갖는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이사시 공공기관에 환매하도록 조건을 단 주택) 등이 공공자가주택에 속한다. 신규 택지 입지와 함께 공공자가주택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공급 대책 성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공은 주거 약자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은 민간 분양에 맡기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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