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시 ‘시계 제로’…3년 만에 리더십 공백

입력 2021-01-18 15:31수정 2021-01-18 17:4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징역 2년 6개월 실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이 다시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2017년부터 이어온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5년째 접어들어 마무리됐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또다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의 공백은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채용, 기업 인수·합병(M&A) 등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의사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사업 전반적으로 정체가 우려된다.

반도체 사업은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반도체 가격 상승과 자동차에 이어 모바일 반도체까지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삼성의 반도체 추가 투자와 증설, 생산 전략은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M&A로 몸집을 불리고 기술을 확보하는 사이 삼성은 오너 리스크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에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 AMD의 자일링스 인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메모리 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반도체 ‘빅딜’이 나왔다. 올해도 퀄컴의 누비아 인수 추진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모바일분야도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주춤한 상황에서 삼성 입지를 촘촘하게 다질 기회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2분기 20%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화웨이는 11%까지 떨어졌다. 시장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급락하며, 애플과 샤오미에 밀렸다.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총수 공백이 생긴다고 해서 삼성이 갑자기 흔들릴 가능성은 적지만, 삼성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봤을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총수 없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에 힘을 쏟고 신사업 투자 등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에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은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부터 새로운 대형 M&A(빅딜)를 단 1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빅딜’은 실종 상태다.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도 이 부회장 구속 후 중단됐다. 지주회사 전환도 백지화됐고, 그룹 재편 작업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매년 12월에 단행되던 연말 인사도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2016년에는 건너뛰었고, 2019년 연말 인사도 이듬해로 연기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인맥 자산을 활용한 경영 활동도 공백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과 만나 교류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던 2019년 7월에는 이 부회장이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일본 재계와 소재·부품 기업을 찾아 해법을 모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 공급 확대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는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에 따른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막 등을 앞둔 시점에서 삼성의 리더십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뉴 삼성'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며, 회사를 재정비해 왔는데 이 역시 멈추게 됐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결정들이 필요한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의 행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 지속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함께 상생하는 수많은 중견·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의 사활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차질없이 운영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의 지속적인 활동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준법감시위 임시회의에 앞서 위원회와 올해 첫 면담을 열고, 앞으로도 위원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