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인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입력 2021-01-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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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SNS 확산

양부모ㆍ대응미흡 경찰에 분노 표출
여야 '아동확대 방지법' 뒷북 논란
"필요 인력ㆍ예산 확충이 보다 중요"

▲숨지기 전 활짝 웃는 정인이. ( SBS방송 화면캡처)
양모의 학대와 양부의 방임에 생후 16개월밖에 안 된 입양아(정인이)가 숨진 안타까운 사건(2020년 10월 13일)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연예계 등 각계각층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분노의 표적은 정인이를 죽음으로 내몬 양부모와 초동대응 미흡으로 정인이를 구하지 못한 서울 양천경찰서다. 정치권에선 경찰청장 퇴진론과 학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정인이법’ 입법론이 나왔다.

여론과 미디어를 통해 표출되는 건 분노뿐이다. 민법에서 과도하게 보호되는 친권, 양육·훈육에 사법·행정이 개입하는 데 거부감이 큰 법감정,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제한적 집행력, 부족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등에 대해선 문제 제기가 거의 없다. 2019년 11월 24일 가수 구하라가 숨졌을 때 모든 책임이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와 전 남자친구에게 쏠렸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엔터테인먼트사의 소속 연예인 관리, 자극적 언론 보도와 일부 팬들의 과도한 관심 등은 문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법·개선 논의는 정치적 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6개월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학대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입법을 음주운전 처벌 강화(도로교통법 개정안),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처벌(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과 ‘패키지’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2019년 12월에도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른 법안과 묶어 패키지 처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후 양부모 아동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목숨을 잃은 고 정인 양을 추모하는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정인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건 국민의힘 등 야권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경찰의 초동대응 미흡을 비판하며 “이쯤 되면 정부·여당은 검찰개혁보다 경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하지 않나”며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문제는 특정 목적으로 특정 대상에 책임을 전가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정치권과 여론의 요구대로 전수조사했고, 종합대책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어떤 대책을 만들 것인가보다 중요한 게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인데, 전담공무원 확충이나 예산 증액에는 대책을 요구했던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가 악하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문제의 전부란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우선은 경찰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사회 전반으론 학대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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