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위드 코로나] 인류의 역사는 반복된 대재앙의 역사...그 안에 답 있다

입력 2021-01-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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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메르스 신종플루 등 100년간 전염병 창궐 이어져
리더십·시민의식·보건체계, 팬데믹 막을 핵심 요소

“통제를 벗어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공중보건 체계를 압도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경제와 산업은 서서히 멈춘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관광과 무역, 금융기관의 공급망을 짓누르면서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이웃은 이웃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가난한 실업자 수백만 명이 살아남기 위해 절도와 폭력에 의존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삶은 엉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인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의 한 대목이다. 2020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위기를 이미 3년 전에 이처럼 정확하게 묘사한 이 책의 저자는 예언가나 점쟁이가 아니다. 주인공은 40여 년 동안 전염병 대응 시스템을 연구해온 하버드대학 출신의 세계적인 공중보건 전문가 조너선 퀵이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에볼라바이러스 등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수많은 전염병과 싸워 온 수십 년 간의 경험은 그에게 이런 통찰력을 선물했다. 이는 곧 스페인 독감을 시작으로 반복된 대재앙 속에서 탈출했던 수많은 인류의 역사가 2020년 공포에 빠진 현 시대 사람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전례 없는’이란 수식어를 동반했지만,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염병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스페인 독감에서부터 홍콩 독감,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인류 공중보건의 역사책에는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염병의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재앙의 역사는 팬데믹 상황을 막기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일 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전염병을 몰아내기 위한 방법 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조너선 퀵은 40년 동안 대재앙의 현장에서 맞서 싸워 왔던 경험을 토대로 팬데믹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정리해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지구상에서 팬데믹을 몰아내기 위해 시행해야 할 7가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모든 차원에 있어서의 지도자의 대담한 리더십 공고화 △탄력적인 의료 시스템을 통한 회복력 있는 보건 체계 구축 △예방·발견·대응 체계 강화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 공개 △현명하고 새로운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 △전염병 유행 이전의 현명한 투자 △시민 행동과 동원 등이다.

그가 팬데믹의 종결을 위해 가장 강조한 요소 중 하나는 확고한 리더십이다. 조너선 퀵은 과거 전염병 사태 당시 지도자와 정부의 사례를 들며 지도자의 판단이 팬데믹 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도, 반대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는 2003년 사스 때를 회상하면서 “그때까지 ‘이 병’은 몇 달 동안 모락모락 연기를 내고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공표하지 않고 조용히 진압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지도부의 은폐 시도와 뒤늦은 대처는 사스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에이즈가 창궐했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탄원에도 보건정책 담당자들에게 혈액의 출처를 따지지 말 것을 지시했고, 1985년까지 응혈 인자는 계속해서 HIV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이들 사례가 반면교사였다면 △에볼라를 퇴치한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국가적 전략을 통해 에이즈와 싸워 승리한 에티오피아 등은 전염병 사태에서 본보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조너선 퀵이 제시한 사례는 지난해 팬데믹 사례에서 곧바로 적용되기도 한다. 특히 사스 발생 당시 피해를 키운 중국 당국의 은폐 시도 및 늑장 대응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꼭 닮았다. 중국은 2019년 1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상황 은폐에 급급해 세계적인 대유행을 막을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CNN 방송을 통해 공개된 중국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내부 기밀 문건은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실어줬다. 익명의 중국 의료종사자가 제보한 117페이지 분량의 해당 문건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중앙정부가 지역 보건당국이 집계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축소해 공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당국이 과거 사스 위기가 남긴 교훈을 무시하지 않고 투명한 공개와 재빠른 대응에 나섰더라면 이번 팬데믹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의 위기가 현재의 위기를 타파할 자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은 비단 공중보건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 위기도 과거의 사례를 통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8년의 금융위기 극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09년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13.9%를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10년에는 28.3%로 반등해 주요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뒤이어 2011년에도 19.0%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빠른 위기 극복에는 당시 대외경제정책을 ‘위기 대응’에서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비전의 ‘성장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2008년 극복 사례처럼 코로나19 위기 역시 탈세계화로 대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탈세계화 등 수출을 주 성장동력으로 하는 우리로서는 상당한 도전이 예상된다”라고 우려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 대비한 대외경제 비전과 구체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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