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 김규정 소장 "부동산 정보, 다양하게 접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재가공해야"

입력 2021-01-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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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투자자들이 많은 정보를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묻지마 투자'는 피해야 한다. 팩트(사실)을 더 잘 변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여름 고액 자산가에게 자산 관리를 해주는 전담조직인 'GWM(Global Wealth Management)'를 출범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자산 관리시장에서 전문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GWM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은 자산승계연구소다. 자산승계연구소는 가업 승계 방안을 연구하고 고객에서 1대 1 자산 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겸 실무 조직이다. 김규정(44) 소장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하자마자 자산승계연구소 첫 선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23년간 부동산 외길 전문가
한국투자증권 합류 '자산승계' 수장에

투자와 세무, 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곳에서 40대 부동산 전문가에게 수장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김 소장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부동산 비중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국내 투자 수요자들한텐 부동산이 다른 자산보다 더 대중적이면서 관심이 큰 시장이다. 국내 자산가들도 자산에서 금융자산 못잖게 부동산 비중이 상당하다"며 "이런 것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우리 서비스를 상징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부서장으로 앉힌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유사한 목표를 가진 다른 회사 조직에서도 실물 부동산 전문가가 조직장을 맡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는 김 소장 말엔 전문가 특유의 자신감ㆍ자부심이 묻어났다.

부동산 분석 전공 살려 통계 도입
주간 부동산 시세 '노작의 산물'

이런 김 소장도 처음부터 부동산 전문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1997년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고민하던 차에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첫 직장을 잡았다. 생각지 못한 분야였지만 김 소장은 그 후 23년을 공부하고 일하며 부동산 시장을 지키고 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을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부동산 전문가로 성장했다.

김 소장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 부동산시장도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그 몸집을 키워왔다. 집값이 폭락한 외환위기 직전 부동산시장에 발을 디딘 김 소장은 2000년대 초반 회복기와 급등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 최근 재상승과 전세난 등을 모두 겪었다.

그는 "일을 시작한 이후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시장과 함께 저 자신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며 "누구나 집에 관심을 가지지 않냐. 대중적인 자산시장을 다룬다는 점도 매력 있었다"며 오랫동안 부동산시장을 지켜온 이유를 떠올렸다.

김 소장이 부동산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데는 산업 변화를 선도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을 부동산 전문가 2세대로 평가한다. 김 소장이 부동산시장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매물 물량과 가격, 거래 등 부동산시장에 관한 정보 대부분이 공개되지 않거나 제한적이었다. 그만큼 시장 분석과 컨설팅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았다.

김 소장은 이 같은 관행을 극복하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히 시장을 보려고 애썼다. 그는 "정밀한 데이터나 통계 분석으로 시장을 보려고 했다"며 "시장이 폐쇄적인 때에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에 신뢰를 많이 보내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보편화한 주간 단위 부동산 시세 통계도 이 같은 노력이 낳은 노작(勞作)이다. 김 소장은 "주간 시황은 그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변화였다"며 "구두(口頭)에 의존하던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으로 끌어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과 출신이다보니 아무래도 문과 출신보다는 통계 분석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2030 '영끌', 긍정적 이해와 전반적 지원 필요"

최근 김 소장에겐 경쟁자가 많아졌다. 오프라인은 물론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자칭타칭 '부동산 전문가'가 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들이 투기성 부동산 매매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지적에 "실제로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다. 유튜브 등 정보 유통 창구가 많아지면서 시장 교란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정보가 유통되기도 한다. 근절돼야 할 문제긴 하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만의 현상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주식에서도 '작전 투자' 같은 일이 많이 벌어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누군가 100% 컨트롤(통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미래에는 더 관리가 어려워질 것"며 "투자자들이 많은 정보를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묻지마 투자'는 피해야 한다. 팩트(사실)을 더 잘 변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변별력을 갖고 다양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면 여러 전문가가 있는 게 꼭 해(害)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은 여러 학습을 통해 전문가 이상으로 지식과 분석력을 가진 개인 투자자도 많아지지 않았느냐"는 게 김 소장 시각이다.

김 소장이 이른바 '부린이'(부동산과 어린이의 합성어ㆍ부동산 투자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서툰 사람)에게 건네는 조언도 비슷하다. 그는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정보를 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각자 분석력에 따라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지 '맞다, 틀리다'를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며 "정보를 최대한 다양하게 접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재가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봐야 할까. 김 소장은 우선 수급 논리를 꼽는다. 그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수급 논리에 따라 투자자가 많은 지역에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관건"이라며 "입지나 인프라, 장기적인 성장 동력 등에 기반한 가치 투자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며 "부동산 투자 흐름은 상품 자체 가치뿐 아니라 국토 계획과 경제 여건, 사회적 트렌드 등 온갖 정보가 망라돼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진 2030세대엔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그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인) 투자에 부정적 인식을 씌워서 폄하하는 흐름이 있다"며 "제가 볼 땐 2030세대가 부동산 투자를 하는 건 극심한 양극화나 고용 불안, 소득 정체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전반적인 지원이 오히려 필요하다"며 "이를테면 금융 지원 같은 것으로 이들의 내 집 마련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부동산 컨설팅 분야 여성에 강점
젊은 후배들 '차별화' 고민해야

과거 자신처럼 새로 부동산업계에 발을 디디는 20대 여성에게 김 소장은 어떤 조언을 해줄까. 그는 "과거만 해도 건설ㆍ부동산업계는 남성적ㆍ보수적인 측면이 있었다"면서 20여 년 전 자신이 처음 부동산 컨설팅을 시작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는 내가 처음에 일을 하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며 "부동산시장 분석이나 컨설팅 같은 분야에선 여성이 강점을 보일 수 있고 좋은 성취를 낸 경우도 많아졌다. 건설사에서도 여성 참여가 확산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도 '차별화 고민'을 주문했다. "단순히 전공이나 자격증만 가지고 고민 없이 부동산 산업에 진입하려는 분들이 있지 않나는 우려가 있다"며 "부동산 산업 내에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전문성을 갖고 차별화된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소장 조언이다. 김 소장은 "부동산시장 외형만 보고 진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고 어떻게 그것을 차별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면 좋은 여성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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