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은 박터지는데 보류지는 ‘찬바람’ 왜?

입력 2020-12-30 16:4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분양가 공급에 무순위 청약 '광풍'… 시세로 나오는 보류지는 '외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극심한 공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속어)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 박 터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갓 나온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공급되는 보류지(분양하지 않고 남겨 놓은 물량) 매각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서울 마지막 '줍줍'...'DMC파인시티자이' 1가구 모집에 30만명 몰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 재개발 단지인 'DMC 파인시티 자이' 무순위 청약에 무려 30만 명에 육박하는 청약자가 몰렸다. 미계약 잔여 분인 전용면적 59㎡A형 단 1가구에 29만8000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무려 30만대 1에 달했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가 발생한 경우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낮은 청약 가점으로 새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낮은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다. 당첨이 되더라도 재당첨 제한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서울에선 성동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 무순위 청약에 26만4625명이 몰렸다. 중랑구 면목동에서 나온 '용마산 모아엘가 파크포레' 1가구 무순위 청약은 1만3880대 1을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선 수원 ‘영통 자이’ 무순위 청약에 10만1590명이 뛰어들었다.

올해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지난달 기준 총 37곳으로 평균 경쟁률이 44대 1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21.6대 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DMC 파인시티 자이'(수색6구역 재개발 아파트) 조감도. (자료 제공=GS건설)

같은 새 아파트인데… 무순위 뜨겁고 보류지 줄줄이 유찰
짧은 기간 내 잔금 납부도 부담으로 작용

무순위 청약시장에 광풍이 휘몰아치는 반면 신축 단지 보류지 매각 시장엔 냉기가 흐른다. 지난 23일 보류지 입찰을 마감한 서대문구 '래미안 DMC 루센티아'(가재울뉴타운 5구역 재개발 아파트)에서 나온 전용 59㎡형 1가구와 전용 84㎡형 2가구는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조합원 수 변화 등을 고려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앞서 강동구 고덕지구에선 '고덕 아르테온'(옛 고덕주공3단지) 보류지가 두 번이나 주인 찾기에 실패했고,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면목3구역 재개발 아파트) 역시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무순위 청약시장과 보류지 매각시장의 분위기를 확연하게 가른 건 시세 차익이다.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는 미계약분은 공급 시점의 분양가로 재공급해 시장에선 '무순위 청약=로또'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DMC 파인시티 자이의 분양가(전용 59㎡)는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 5억2643만 원이었다. 인근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 전용 59㎡형 분양권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무순위 청약에 당첨만 되면 두 배의 시세 차익을 손에 넣는 셈이다.

반면 보류지로 나온 래미안 루센티아 전용 59㎡형은 최저 입찰가격이 10억6500만 원이었다. 이는 현재 호가인 11억5000만~12억 원보다 낮지만 동일 면적의 마지막 실거래가인 10억 원(9월)을 훌쩍 뛰어넘는 값이다. 12억7500만~13억7500만 원에 나온 전용84㎡형은 현재 호가와 비슷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류지는 동과 층에 있어 선택의 폭이 좁은데다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어 전액 현금으로 짧은 기간에 납부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