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획경제 체제의 딜레마…‘크리스마스 타운’ 불 꺼진 이유는

입력 2020-12-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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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 이우시, 전 세계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최대 공급처
전력 절감 강경책에 가로등도 끄고 공장 생산도 중단…최대 성수기 놓쳐
“정부 목표 집착이 주민 고통 초래”

▲중국 저장성 이우시가 전기 절약을 명분으로 가로등까지 완전히 꺼버리면서 22일 어두운 도로를 한 남성이 자전거로 가고 있다. 이우/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계획경제 체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목표 지향적인 정책은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목표에 너무 집착해서 정작 중국 주민에게 큰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분석했다.

CNN은 중국 저장성 이우시(義烏市)가 바로 공산당 지도부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우시 공장은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반짝이나 기타 축제 장식품 등 글로벌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의 약 60%를 공급했다. 이에 이우는 ‘크리스마스 타운’이라는 별명이 붙였다.

그러나 이우시는 이달 중순 당국이 강압적인 전기 절약 캠페인을 펼치면서 화려한 불빛이 사라진 암흑의 도시로 변했으며, 최대 성수기에 공장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 3층 이하는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됐으며 쇼핑몰 전광판은 꺼졌고 에스컬레이터도 가동이 중단됐다.

성탄절과 새해 쓰이는 종이 장식을 만드는 한 이우시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주문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를 생산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장은 반나절만 가동할 수 있다”고 한탄했다.

이우시 정부는 가로등을 완전히 껐으며 매장과 주택 조명도 제한했다. 외부 기온이 영상 3도 밑으로 내려가야만 난방기를 틀 수 있도록 했으며 난방기 온도는 16도가 넘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인근 원저우시도 비슷하게 난방을 제한했다.

이는 전력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중앙정부가 세운 5개년 에너지 절약 계획이 올해 말 종료하면서 저장성 당국이 목표 달성을 위해 극단적인 전력 소비 절감책을 펼치는 것이다. 자오천신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부비서장은 21일 “저장성 전력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며 “일부 지방정부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전력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체제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부각하고 있다고 CNN은 풀이했다. 중국 지도부가 온실가스 감축 등 시급한 정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지만, 정작 주민들에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벌어졌다. 11차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였던 2010년 저장성을 포함해 여러 곳이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목표를 달성하고자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난방을 금지했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의 트레이 맥아버 파트너는 “이는 중국에서 흔하다. 목표 지향적인 정치 문화 결과”라며 “선거가 없는 대신 중국 관리들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환경보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승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위주의 통치 밑에서 지방 공무원들은 5개년 계획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라는 중앙정부의 압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CNN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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