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수수료 분쟁] ②플랫폼에 치이는 만년 ‘을’ 홈쇼핑

입력 2020-12-22 18: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매출 절반 송출수수료… 분쟁 땐 ‘황금채널’ 빼앗겨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홈쇼핑 업계가 양호한 실적 흐름에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편치가 않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송출수수료로 빠져나가서다. 게다가 주요 유통 채널 중 판매수수료가 가장 높아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갑’의 위치인 유료방송사업자(플랫폼)들과 비교해 홈쇼핑 업계는 ‘을’조차 되지 못한다며 자조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업계 5위 사업자인 NS홈쇼핑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딜라이브 채널 4번에서 빠지고 37번으로 이동했다. 4번 채널은 태광그룹 데이터홈쇼핑 쇼핑엔티가 꿰찼다. 올해 연초 딜라이브가 요구한 송출수수료 인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다.

NS홈쇼핑은 꾸준하게 딜라이브 4번 채널에서 송출됐으나 올해 정기 채널 개편 과정에서 송출수수료 인상 관련 분쟁을 겪었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최근 딜라이브와 합의해 나온 결과가 내년 상반기 중 20번대 채널 이동이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송출수수료 관련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홈쇼핑업계는 10~20번 이내의 일명 ‘황금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분쟁이 더욱 잦다.

작년 10월 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와 송출수수료 협상을 벌이다 NS홈쇼핑처럼 방통위에 분쟁 조정을 냈으나 결국 채널 10번을 내주고 30번대로 밀려났다. 이보다 앞선 2018년에는 롯데홈쇼핑이 KT의 송출수수료 인상 요구를 따르지 못해 올레TV 6번에서 30번대로 채널을 옮겼다.

홈쇼핑 업계의 실적은 황금 채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유료방송사업자들 모두 익히 알고 있어서 송출수수료 인상 요구에도 거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 규모는 급격히 느는 추세다.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홈쇼핑 7개사와 T커머스 6개사 등 13개 홈쇼핑 사업자들은 2015년 총매출 3조2504억 원 중 35%가량인 1조1445억 원을 송출수수료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급했다. 수수료는 매년 인상돼 작년에는 1조8394억 원으로 커졌다. 작년 총매출 3조7111억 원 중 49.6%에 달한다.

A 홈쇼핑 관계자는 “T커머스가 서비스를 안 할 때는 채널에 여유가 있었는데, T커머스가 달려들고 종편 등이 늘면서 황금 채널에서 쫓겨나면 중간 번호대가 아닌 30번대로 가는 것”이라며 “그걸 아니까 플랫폼이 송출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적절히 이용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쇼핑업체들은 판매수수료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TV홈쇼핑은 주요 유통채널 중에서도 실질 판매수수료율이 29.1%로 가장 높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계가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소위 ‘갑질’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홈쇼핑업계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B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질타가 매년 끊이지 않지만, 실상은 그중 절반이 송출수수료”라며 “수치상으로만 가장 높게 보일 뿐 홈쇼핑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출수수료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관련법이나 정부의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유선방송사업자와 TV홈쇼핑의 관계를 대기업 간 거래로 봐 양측 협상에 맡기는 편이다. 분쟁 조정까지 가더라도 플랫폼이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대부분 흐지부지되거나 플랫폼에 유리한 결과로 끝난다. 홈쇼핑으로서도 문제가 되는 플랫폼에서 아예 나오지 않는 이상 강경한 태도를 끝까지 고수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홈쇼핑의 송출수수료에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법안이 나왔다.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유료방송사업자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정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한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이달 초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유료방송사업자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을 방지하고,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유통비용을 절감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