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평화의 산타는 어디에” 영화 ‘클라우스’를 통해 본 사회 갈등 비용

입력 2020-12-18 17:39수정 2020-12-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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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넷플릭스 ‘클라우스’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케빈과 해리포터가 장악했던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계에 지난해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산타의 탄생기에 독특한 상상력을 불어넣은 애니메이션 ‘클라우스’다. 이야기는 주민끼리 싸움을 일삼던 외딴섬에 철부지 도련님 ‘제스퍼’가 우체부로 부임하면서 시작한다. 왕립 우체국 총재로 일하는 제스퍼의 아버지는 아들을 외딴섬에 유배 보내며 ‘1년에 편지 6000통을 배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1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유산 상속은 없다는 폭탄선언까지 함께.

문제는 스미어렌스버그는 늘 전쟁 중이라 편지를 한 통도 안 쓰는 동네라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엘링보(Ellingboe) 가문과 크럼(Krum) 가문으로 나뉘어 서로를 지독히 미워했고, 당연하게도 서로에게 소식과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는 쓰지 않았다. 결국, 제스퍼는 유산 상속과 외딴섬 탈출을 위해 한가지 꾀를 낸다. 아이들에게 숲속 외딴곳에 사는 ‘클라우스’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면 그가 장난감을 배달해준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제프리와 클라우스는 함께 힘을 모아 마을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한다. (출처=넷플릭스)

장난감을 받고 싶은 아이들이 너도나도 편지를 쓰면서 제스퍼의 작전은 성공한다. 아이들에게 하나둘씩 선물이 배달되며 스미어렌스버그는 점차 변해간다. 전쟁 속에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아이들이 편지를 쓰고자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자 그들의 부모 역시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외딴곳에서 혼자 살던 노인 클라우스 역시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하지만 사람들의 변화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바로 갈등을 먹고 자라던 엘링보와 크럼 가문이었다. 이들은 제스퍼와 눈엣가시 같은 클라우스를 방해하기 위해 꾀를 내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려던 클라우스와 제스퍼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과연 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 작전에 성공하고 스미어렌스버그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철부지 도련님 제프리는 스산하고 어둡기만한 스미어렌스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점차 성장해간다. (출처=넷플릭스)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는 곳은 영화 속 스미어렌스버그 뿐만이 아니다. 세계 많은 나라가 아직 전쟁을 겪고 있으며, 아이들은 오가는 총성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쟁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로 총만 겨누지 않았을 뿐, 혐오의 언어를 쏟아내며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도 많다.

최근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었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 피터 터친 교수와 조지 메이슨 대학 사회학자 잭 골드 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사회 갈등이 1860년 남북전쟁 직전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국가 부채·정부 불신 정도·세대 갈등 등을 지수화한 ‘정치 스트레스 지수’(PSI)가 남북전쟁 직전의 40년간(1820~1860년) 수치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미국 사회의 갈등 양상이 전쟁 직전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16일 서울시는 서울 시민 86%가 ‘최근 1년간 우리나라에 전반적으로 갈등 상황이 존재한다’고 답한 설문 조사를 발표했다. 특히 응답자의 61.4%가 ‘매우 갈등이 심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 갈등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소 82조 원에서 최고 246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오고가는 편지와 마음 속에서 스미어렌스버그는 평화를 되찾아간다. (출처=넷플릭스)

작품이 진행될수록 어둡고 스산하기만 했던 스미어렌스버그는 환한 전등을 밝힌 듯 점차 밝아진다. 여전히 춥고 눈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어두운 밤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전등이 사람들의 마음에 켜진 것이다. 뿌리 깊은 두 지역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제프리와 클라우스의 공이 컸지만, 결국 어두운 마을에 불을 밝힌 건 마을 사람들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사람들의 선행이 갈등을 해결한 것이다.

점차 밝아지는 마을을 두고 클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는다.”

현실 세계에 제스퍼와 클라우스 같은 산타는 없기에 결국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건 우리 몫이다.

빈부 격차에서 오는 계층 간 갈등부터 세대·지역 갈등과 우리의 마음을 할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 갈등은 걷힐 줄 모른 채 스산하고 어둡기만 하다.

몇몇은 나와 다른 이들을 ‘-충’이라 부르며 혐오의 언어를 쏟아내기도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갈등과 혐오의 언어를 멈추는 건 어떨까. 아주 잠시뿐일지라도 우리 모두를 위한 전등을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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