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정부 규제에 부동산 계급 ‘고착화’ 심화

입력 2020-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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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각종 규제를 쏟아 내고 있지만 되려 정부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계급화 시키고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고이란 기자 photoeran@ )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각종 규제를 쏟아 내고 있지만 되려 정부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계급화 시키고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고이란 기자 photoeran@ )

세제ㆍ대출 옥죄는 24번 대책 발표…집값 불안 부추겨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되려 규제가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양극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계급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와 非다주택자, 혹은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 등 계층별 갈등 구도로 부동산시장을 판단하고 대책을 만들고 있다"면서 "그 결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기존 부동산 시장의 갈등구조를 더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고가-저가 아파트간 가격 차, 갈수록 벌어져…부동산 양극화 심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4번, 올해에만 6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 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지난해 9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2·16 대책과 올해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6·17 대책, 다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세, 취득세 등 세제 강화 내용을 담은 7·10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은 올리고 대출은 막는 '규제 그물망'을 촘촘히 짰다.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배제한 채 투기 수요에만 초점을 맞춘 이같은 규제 일색의 대책책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빼앗는 부작용을 일으키며 부동산 시장의 계급화를 더 공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중에서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키로 한 12·16 대책은 △15억 원 이상 주택 소유자 △9억~15억 원 소유자 △9억 원 이하 소유자 △무주택자로 정부가 부동산 계급을 세분화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비난까지 받았다.

실제 24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동안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계급화는 심화되는 모습이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5분위배율은 8.4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1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매매가격 평균을 하위 20%(1분위) 매매가격 평균으로 나눈 수치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집값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배율이 클수록 상·하위 집값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5분위 배율은 4.7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서울의 경우 정부의 집중 규제로 비강남권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올랐음에도 부동산 상위 계급으로 자리잡은 강남권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 정부 초기에는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강남)과 한강 이북 14개구(강북)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2703만4000원, 1873만6000원으로 두 지역 격차는 829만8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기준 한강 이남과 한강 이북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4345만3000원, 3088만6000원으로 가격 차이가 1256만7000원으로 커졌다.

서민들 '주거 이동' 기회 박탈…고가 주택·다주택자 '증여' 통해 기득권 유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시장은 더 계급화되고 있지만 주거이동을 가능케하는 '주거 사다리'는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서민들은 대출을 받아 집 한 채를 구입한 뒤 자산을 증식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이런 진입 시도 자체가 묶였다"며 "특히 임대차법 도입으로 한국형 내 집 마련을 가능케했던 전세제도가 불안해지면서 서민들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상위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은 증여 등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을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정부는 세제 등을 옥죄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 역시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는 총 1만9000여건으로 사상최대였던 지난 2018년의 1만5000여건을 넘어섰다. 이 중 고가 주택 비중이 높은 강남3구에서는 전체 거래 중 증여 비중이 30%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그야말로 '불패'다"라며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부 정책에 집을 팔기 보다는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이 공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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