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도 급진적 힌두교 게시물 방치 논란

입력 2020-12-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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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급습해 목사 폭행...관련 영상물 제재 안 해
현지 직원 안전 우려·비즈니스 문제가 방치 배경
WSJ 취재 들어가자 비로소 영상 삭제

▲2015년 9월 27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오른쪽)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샌머테이오/AP뉴시스
페이스북이 인도 힌두교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게시한 폭력적인 게시물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뒤늦게 삭제 조치를 했지만, 사업과 안전을 이유로 망설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페이스북이 급진주의 성향의 인도 힌두교 단체 ‘바즈랑 달’의 게시물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 전망과 인도 현지 직원의 안전 위협을 경고한 보안팀의 권고에 따라 게시물 삭제를 주저했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만 25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으로, 인도 뉴델리 외곽의 한 교회에 극단주의자들이 침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 교회 목사는 이들에게 주먹으로 구타당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힌두교 영상 속 행위 주체자들은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바즈랑 달 측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바즈랑 달은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호전적 종교단체로 평가받고 있으며, 과거 신도들이 증오범죄와 종교적 목적의 살해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페이스북 보안팀 역시 올해 초 바즈랑 달이 인도 전역의 소수민족의 폭력 행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셜 플랫폼에서 금지해야 할 ‘위험 조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바지랑 달이 페이스북 직원과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업상의 문제도 있었다. 인도는 페이스북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페이스북은 현지에 직원을 두고 있고, 최근엔 현지 유통 사업에 57억 달러(약 6조2221억 원) 규모의 투자도 단행했다. 인도 여권 측인 힌두 민족주의 단체와 우호적 관계도 맺고 있다.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할 경우 힌두교 민족주의 정치인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시선이 있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우리는 정치적 지위나 당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위험한 조직’ 분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바즈랑 달을 위험 조직으로 분류했는지에 대한 물음엔 답하지 않았다.

WSJ는 일부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힌두교 범죄를 축하하는 영상이 공유되는 실태도 전했다. 올해 관련 페이지에서 550만 건이 넘는 상호작용(공유 및 좋아요)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바즈랑 달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은 사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부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내부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바즈랑 달의 검토 사항 대부분이 ‘차단(blocked)’으로 표시돼 있는데, 이는 통상 관련 작업이 중단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복수의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 관리 직원이 남긴 메모를 WSJ 측에 전달했는데,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성’을 이유로 바즈랑 달의 계정을 금지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WSJ는 “피해 교회의 관계자들은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며 “취재에 들어가자 페이스북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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