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해 풀겠다”던 하이트진로음료, 모기업은 ‘계속 소송’

입력 2020-12-14 14:57수정 2020-1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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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마메든샘물 대리점 탈취 사건 발단
김용태 대표, 사과 요구하며 10년째 시위
소송 대응 하이트진로 "협상과는 별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이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중소 생수 업체의 대리점을 탈취한 후에도 10여 년간 각종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자 "오해를 풀겠다"고 공언했던 하이트진로 측이 최근까지도 법정공방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트진로 측은 중소 생수 업체 대표의 시위 중단 이전에는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양측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최근 하이트진로가 마메든샘물과 김용태 대표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에 주차한 차량과 사다리,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 붉은색 사무용 의자, 노란색 바구니, 휴대용 발전기 등을 수거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음료의 모기업이다.

하이트진로음료-마메든샘물 사건의 시작

중소 생수 업체인 마메든샘물에 대한 하이트진로음료의 대리점 탈취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대리점 11개를 갖춘 마메든샘물은 이 지역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었다.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김 대표를 찾아가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를 판매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마메든샘물 대리점에 자사 제품을 공급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하며 회유했다. 결국 2008년 김 대표는 10년가량 거래했던 대리점들을 잃었다. 마메든샘물의 매출은 2007년 5억9000만 원에서 2011년에는 1억12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파산한 김 대표는 2009년 하이트진로음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여러 차례 심사 끝에 마메든샘물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동원해 생수를 제조ㆍ판매하는 중소기업의 필수 영업자산인 대리점 조직을 영입한 행위”라며 하이트진로음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18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하이트진로가 마메든샘물과 8개 대리점주 사이의 계약관계 해소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서 "여러 계약 조건들을 제시해 8개 대리점주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그 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과하라" 10년째 시위…하이트진로 소송으로 대응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음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5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배상금을 거절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본사 등에서 10년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김 대표를 명예훼손 등으로 6차례 형사 고소했다. 시위를 금지하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은 10차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은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다뤄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마메든샘물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소송 남발에 대한 지적에 “법적으로만 해결할 게 아니라 (해당 중소기업 대표의) 생활이나 제3자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추가로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이견을 좁혀서 오해나 어려운 부분을 풀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최근까지도 김 대표와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김 대표의 시위 차량과 플라스틱 의자, 바구니 등이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앞 인도를 점유하고 있다며 토지를 인도하라는 소송이었다. 변론 종결일은 지난달 12일로 조 대표의 국감에서 ‘사과’ 취지의 발언이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시기다. 이 소송의 판결 선고는 이달 10일에 이뤄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당 소송은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앞에서 진행 중인 시위와 관련한 것으로 하이트진로음료와 마메든샘물 사이의 협상과는 다른 부분”이라며 “주민들 신고가 많아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가 시위를 멈추지 않는 이상, 진행하는 소송을 취하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도 지난 4월 진행하던 게 선고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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