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뒤집기’, 14일 희망 불씨 꺼진다

입력 2020-12-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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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투표서 이탈표 나와도 반전 어려워
소송전·선거인단 이의제기도 성공 가능성 희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11·3 미국 대선 후 한 달 넘게 끌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에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당선인의 최종 확정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일이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뒤집기 카드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그마저도 성공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대선의 마지막 주요 절차인 선거인단 투표가 14일 진행된다. 간접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먼저 주별로 투표를 진행하고, 각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싹쓸이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정된 미국 전역의 총 538명의 선거인단은 각 주가 지정한 장소에 모여 지지하는 후보에 표를 던진다. 통상 주별 선거인단은 각 주의 대선 결과를 반영해 투표하는 일종의 대리인 역할을 해서 당일 선거인단 투표는 현재까지 확인된 개표 결과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306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을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간접투표 당일인 14일 자신이 지지해야 할 후보를 찍지 않는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별 투표 결과에 반하는 일명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 나온다 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승리 요건인 매직넘버라 불리는 207명이 훨씬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한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도 무려 74명에 달한다. 역대 최다 배신투표가 나왔던 2016년에도 신의 없는 선거인의 수가 7명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이를 통한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그동안 미국에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배신투표를 한 선거인을 모두 집계한다 하더라도 9명에 불과하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지역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모두 민주당의 활동가나 명망가여서 이러한 반란표가 나올 여지는 더욱 희박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를 제외한 남은 카드라고는 패색이 짙은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이나, 내년 1월 6일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 때 이의 제기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소송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숱한 논란에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인준을 강행하면서까지 보수지형을 강화했던 대법원이 기대를 저버리면서 사실상 무산된 형국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제기한 수십 건의 뒤집기 소송은 대부분 기각됐다.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던 대법원까지도 지난 8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11일 펜실베이니아·조지아·위스콘신·미시간 등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4개 주의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텍사스주의 소송을 기각했다. 법정 투쟁을 억지로 이어간다고 해도 현재까지 계속된 소송이 새로운 증거 제시보다는 기존 주장의 반복 수준에 머물러 있어 법원이 판단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내년 1월 의회가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 때 주별 선거인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원 각각 한 명 이상이 특정주의 선거인단에 함께 이의를 제기하면 이것이 의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다. 이렇게 되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2시간 안에 이 문제를 토론하고 표결을 진행하는데, 양원이 모두 선거인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주의 선거인단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상·하원 중 한쪽이라도 이의제기 안건을 부결한다면, 이 주의 선거인단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에서 이를 허용하기 만무한 데다가, 공화당 역시 무리하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는 선택까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또한 현실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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