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코로나19 백신 실험실 된 영국...세계 ‘백시트’ 달렸다

입력 2020-12-09 13:46수정 2020-12-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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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만 인구 대상 세계 최초로 대규모 접종 나서
승인·포장·배송·보안 등 전 과정이 주목받아
“백신 노력 역사에 어떻게 남을 지 성패의 갈림길”

▲영국 잉글랜드 코번트리의 한 병원에서 90세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8일(현지시간) 1호로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의료진의 박수를 받으면서 귀가하고 있다. 코번트리/EPA연합뉴스
영국이 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실험실이 됐다. 전례 없는 바이러스에 6700만 인구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을 받은 백신의 대규모 접종에 나서면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긴급사용 승인과 포장, 배송, 보안, 접종에 이르기까지 영국에서의 과정 하나하나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대규모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에 세계의 ‘코로나 탈출(Vaxit)’ 여부가 달린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은 특히 초저온에서 보관·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취급이 매우 까다롭다. 벨기에 푸어스에 있는 화이자 공장 작업자들은 영하 73℃의 초저온에서 보관된 수천 개의 백신을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맞춤형 보냉 용기에 담아 포장한다. 트럭에 실린 백신은 200km를 달려 프랑스 해안에 도착하고, 거기서 다시 기차로 옮겨져 해저터널로 영국에 전달된다.

이렇게 긴밀하게 조율된 물류 체인은 세계에서 가장 쉬운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백신이 팬데믹을 끝내려면 전 세계에서 이처럼 정교한 물류 시스템이 무수히 돌아가야 한다. 다만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은 선진국처럼 이런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아프리카처럼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은 백신 접종이 크게 지연될 수 있다. 심지어 영국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서 국경에서 발목이 붙잡힐 위험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백신을 승인하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영국이 실험실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마이클 브린 전염병 부문 이사는 “영국은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위한 이상적인 실험장”이라며 “생산현장에서 멀지 않은 선진국으로 공중보건 행정이 좋고 인구도 밀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영국에서 펼쳐지는 과정들을 주시하고 자신들의 프로세스상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

화이자의 제조와 유통을 총괄하는 마이크 맥더못 글로벌 공급 부문 사장은 “우리는 선박과 트럭, 비행기에서 물류를 연습해왔다”며 “자신이 있다. 영국으로의 배송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이자 공장 직원들은 백신을 보내기까지 8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영국 정부가 백신 그 자체는 물론 실물 각 묶음에 대해서도 일일이 승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안전한 배송을 위해 섬세한 작업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백신 보관 용기는 여행가방 두 개 정도 크기이며 드라이아이스가 첨가되는 한 영하 70℃의 초저온에 최대 30일간 약 5000회분의 백신을 저장할 수 있다.

각 용기에는 열 센서와 GPS 모니터가 내장된 핸드폰 크기의 기기가 부착돼 박스 개봉 여부까지 알 수 있다. 이는 화이자 관제센터에 정보를 전달, 계획된 경로를 지키게 함으로써 필요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보안도 중요하다. 국제 경찰기구들은 백신을 강탈하기 위한 조직적인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BM은 해커들이 백신 공급망 관련 기업과 조직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대니얼 바우쉬 전염병 전문가는 “영국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전 세계가 얼마나 빨리 상황을 통제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지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 백신 노력이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궁극적인 성패의 갈림길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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