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조치 할 것"…대검 "특임검사 임명을"
이달 1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앞두고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날 감찰부가 주도한 ‘판사 사찰’ 의혹 수사에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사유를 발견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배당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윤 총장의 직무정지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직무정지된 윤 총장뿐만 아니라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리였던 조 차장의 보고·승인이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장을 집행한 감찰부 소속 연구관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과 통화하는 등 법무부가 사실상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판사 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의 근거 중 하나다. 대검이 공개적으로 감찰부 수사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을 문제삼으면서 추미애 장관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대검은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일각에서는 ‘불상의 경로’가 심 국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정수 감찰3과장이 감찰부장 지휘에 따라 수사참고자료를 근거로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한 것도 법령상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행 상황을 박 감찰담당관 등에게 수시로 알려준 점도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이를 보고받고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 등을 모두 서울고검으로 배당하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지휘를 회피한 상태다.
법무부는 즉각 “대검 차장의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며 “담당 부서인 대검 감찰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관할의 수사사건임에도 감찰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했다”며 “서울고검은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이에 대한 추가 조치를 예고하면서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검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대검은 (특임검사 도입) 의사를 법무부에 전달했으나 법무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여 불가피하게 서울고검으로 사건을 배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법무부에서 사건의 중대성과 공정한 처리 필요성을 고려해 대검의 특임검사 임명 요청을 승인해주면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장외공방은 날로 격화하고 있다.
전날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는 윤 총장에게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는 안건이 상정됐으나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 부결된 취지를 밝히자는 뜻에서 제안된 수정안 4개도 가결되지 않았다.
법관 대표들은 법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과정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활용되거나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되어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저와 우려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를 편 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며 “정치 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명단과 감찰기록 제공을 재차 요구했다. 윤 총장은 앞서 법무부로부터 1000페이지 상당의 감찰기록을 받았으나 대부분 언론 기사 스크랩으로 일부 감찰 기록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날 기록 일부를 추가로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징계위원 명단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요청에는 사생활 비밀 침해, 징계의 공정성, 원활한 위원회 활동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