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마지막 한 달 간 사용 승인 위해 전력질주
영국 MHRA, 과거 EMA와 협력해 의약품 안전 조사에 풍부한 경험
브렉시트로 업무 부담 줄어든 것도 한 몫
MHRA는 이날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에 긴급사용 승인을 내렸다. 이에 영국은 이르면 7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해져 오랜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백신 기술의 빠른 보급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백신 개발 최단 기간 기록은 4년이 걸린 1967년의 볼거리 백신이었다. 그러나 화이자와 미국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백신은 올해 초 개발에서 세 차례의 임상시험과 그 결과 발표, 당국의 승인까지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최단 기록을 3년 이상 단축했다.
WSJ는 백신이 일반적으로 시장에 출시되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특히 마지막 한 달은 당국의 사용 승인을 받고자 전력 질주하면서 백신 개발의 신기원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 백신은 개발과 임상시험에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그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승인도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러시아, 중국과 달리 서구권 국가들은 절차와 규정을 중시해서 보건당국이 시급한 상황을 이유로 당장 백신을 승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영국이 서구권 국가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것은 MHRA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유럽 의약품 규제감독기관인 EMA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지만, 이전까지는 런던에 있었다. 이에 과거 MHRA는 EMA와 긴밀히 협력해 승인을 기다리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처리했다. 즉, 1320명 MHRA 직원은 백신 등의 안전 조사에 풍부한 경험을 쌓아둔 상태다.
한편 브렉시트로 MHRA가 기존에 수행했던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업무가 크게 줄어든 것도 신속한 승인에 한몫 했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조사와 승인에 경험 많은 직원들을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HRA는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12월 31일을 앞두고 이번 승인으로 EMA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설 수 있음을 입증했다.
스티븐 에번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약리학 교수는 “MHRA는 내년부터 기업들이 신약과 새로운 백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있었다”며 “이번 승인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리허설이었고 MHRA는 신속히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이날 TV 브리핑에서 규제당국이 프로세스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우리는 국제 백신 검토 기준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어떤 과정도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고 답했다.
미국 FDA는 오는 10일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캐나다는 이달 중순까지 화이자 백신 검토를 완료할 예정이다. EMA는 좀 더 느린 접근 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EMA는 29일까지 백신 승인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