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안 ‘불씨’ 전세난… 각종 부동산 지표 ‘들썩’

입력 2020-12-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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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전세난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전셋값 월간 상승률이 10여 년만에 최고치를 찍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자극할 수 있는 전세가율 상승세가 3달 연속 이어지는 등 각종 부동산 지표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시장 불안…각종 지표서 확인

전세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난이 서울·수도권을 넘어 지방·광역시로 확산하면서 각종 부동산 지표도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전세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끝모르고 오르는 전셋값이 매매시장을 자극해 집값까지 또다시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5억6069만 원'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 원으로 전달(5억3677만 원)보다 2390만 원 올랐다. 이는 KB국민은행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동안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4억 원대에 머물던 평균 전셋값은 8월 5억1011만 원으로 처음으로 5억 원을 돌파한 뒤, 9월 5억1707만 원, 10월 5억3677만 원으로 매달 큰 폭으로 올랐다. 이 기간 동안 평균 전셋값은 6146만 원이나 급등했다.

정부는 전세가격 불안이 임대차법과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평균 전셋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개정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이 시행 이후 부작용으로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1월 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셋값 변동률은 8월(0.44%)부터 9월(0.53%)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10월 들어 0.47%로 상승폭이 조금 줄었으나 지난달 0.66%로 반등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차법과 함께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거래시장을 경직시키는 부동산 규제들이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당분간 전세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세난 해소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율도 3개월 연속 상승…'매맷값' 자극 우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가 공급 부족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지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전세수급지수는 192.3으로 집계됐다. 전달 191.8로 5년 만에 190선을 처음 넘은 뒤 상승 추세다.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 추가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오름세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5%로 △8월 53.3% △9월 53.6% △10월 54.2%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3개월 연속 오른 것은 5년여 만에 처음이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3달째 오르며 66.8%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전셋값과 매맷값의 격차가 줄어들게 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시장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 전반을 흔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노원ㆍ강서ㆍ성북구 등 3억 원 미만으로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에서는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전용면적 66㎡형은 지난 10월 4억8900만 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3억5000만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약 1억 4000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매매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이 아파트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5억 원을 넘어섰다.

노원구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비 신혼부부나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일단 '집을 잡아놓자'는 심리가 커지면서 갭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전세와 매매를 가리지 않고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전셋값과 매맷값이 같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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