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계, 콧대 꺾고 전자상거래 올인

입력 2020-11-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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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 쇼핑 거리에 위치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취리히/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명품업계가 그동안 터부시하던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추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하자 생존 모색에 나선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온라인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하고 있다.

명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분석한 결과, 올해 명품 매출은 작년 대비 23% 감소해 업계 매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올해 온라인 명품 매출 규모는 지난해 390억 달러(약 43조 원)에서 580억 달러로 늘어났다. 명품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12%에서 23%로 두 배 가량 뛰었다.

베인앤컴퍼니의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 명품 컨설턴트는 “명품 시장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온라인 환경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들은 전자상거래 투자를 늘리며 태세 전환에 나섰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파텍필리페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스위스 리치몬트그룹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글로벌 온라인 명품 패션몰 ‘파페치’에 1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억 달러는 파페치에 투자하고, 나머지 5억 달러는 ‘파페치차이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데 쓸 계획이다. 합작사 지분은 알리바바와 리치몬트가 각각 25%씩 나눠 가진다.

구찌, 생로랑, 알렉산더맥퀸 등을 가진 케링그룹도 파페치 지분을 5000만 달러까지 늘렸다.

파페치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운영하는 거대 명품 유통업체로 3분기(7~9월) 매출이 7억98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사실 명품업계가 이제서야 온라인에 뛰어든 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명품업계는 아마존닷컴 같은 전자상거래 공룡들의 접근을 거부해왔다. 아마존의 ‘잡화점’ 이미지가 명품이 지닌 독특하고 차별적인 이미지와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소비 풍토가 뒤바뀌자 명품업계로서도 더는 온라인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아마존의 확장을 경계하면서 라이벌인 알리바바와 손잡고 온라인 명품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고속 성장하는 중국 명품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알리바바의 야심이 더해지면서 온라인 명품 시장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4년부터 명품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특히 ‘티몰’에 글로벌 명품 전문 플랫폼인 ‘럭셔리 파빌리온’을 마련, 위조품 관리와 통제된 소비자 경험을 앞세워 200여 개 명품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

중국 명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글로벌 명품업계의 구미를 당긴 요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5% 급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여행 제한 조치로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가 폭발했다. ‘보복소비’의 일환으로 명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중국 명품 소비는 2025년 17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명품업계가 중국 ‘큰손’을 잡기 위해 투자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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