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일본 중앙은행, ETF거래로 560억 달러 이익...시장 안팎선 우려의 소리도

입력 2020-11-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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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활성화 위해 확대한 ETF 매입
증시 29년 만에 최고치 기록하자 덩달아 보유이익 급증
전문가와 관계자 “보유자산 너무 많아...과도한 권한”

▲구로하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6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중앙은행 언론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뉴시스
일본 중앙은행(BOJ)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560억 달러(약 62조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닥을 찍은 시장에서 투자를 활성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J가 발표한 상반기(4~9월) 실적 보고서를 인용해 9월 30일 기준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과정에서 560억 달러 규모의 미실현이익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BOJ는 법적으로 개별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 없는 만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코로나19가 시작된 3월에 통화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ETF 매입 규모를 기존의 두 배인 115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후 폭락했던 시장이 급등하면서 거액의 수익이 발생하게 됐다. 최근 닛케이225지수는 1991년 5월 이후 약 2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최저치 대비 60% 상승한 수준이다.

WSJ는 “6개월 전만 해도 BOJ는 미실현이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으며 3월 즈음에는 구로다 총재가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 절호의 매수 타이밍은 BOJ가 반기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식 포트폴리오가 기록적으로 상승했다고 보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미실현 주식포트폴리오 이익. 단위 조 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BOJ가 확대한 매입 프로그램은 차익 실현이 아닌 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각에선 지나치게 수익을 창출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플레이션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기가 침체한 터였다. BOJ가 도쿄 증시 1부 상장기업의 지분 6.5%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나친 권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다른 일반 주주들처럼 행동할 수 없는 만큼, 그들이 가진 과도한 지분은 오히려 기업 전략과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감시하는 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일반 주주들의 주주 행동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나오미 무구루마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큰 BOJ의 미실현이익은 은행의 보유자산 또한 커졌다는 의미”라며 “이에 밖에선 주식 일부를 팔거나 아예 털고 나오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OJ는 3월에만 150억 달러 규모의 ETF를 매입했지만 최근 몇 달은 경기 회복을 이유로 매입 규모를 줄였다. 이를 통해 시장이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참여자들은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 증시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마사이 다카코 BOJ 심의위원 역시 지난주 “BOJ의 ETF 매입 규모를 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며 현행 보유 자산이 과도한 상태임을 언급했다.

다만 구로다 총리는 현행 프로그램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장 불안이 가계와 기업의 신뢰를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BOJ의 ETF 매입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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