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순혈주의, 연구개발 넘어 경영까지 확산

입력 2020-11-15 17:00수정 2020-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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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피터 슈라이어 영입이 출발점…닛산 출신이 현대차 글로벌 운영책임자(COO)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철옹성 같았던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도 막을 내리고 있다.

디자인과 연구개발(R&D) 부문에 집중했던 외국계 인재 영입은 이제 영업과 브랜드 전략은 물론 경영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15일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 출신의 ‘악셀 마슈카(Axel Maschka)’ 부사장을 글로벌 OE(Original Equipment) 영업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연구개발 부문이 아닌 영업 부문의 외국인 인재 영입은 처음이자, 외국인 임원 가운데 최고위층(부사장급)이다.

독일 출신인 마슈카 부사장은 볼보와 르노의 상용차 합병 과정에 참여하는 등 영업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철옹성 같았던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가 무너지면서 외국인 인재가 속속 합류 중이다. 디자인과 연구개발 등에 국한했던 분야도 경영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현대차 글로벌운영책임자로 영입된 닛산 출신의 '호세 무뇨스' 사장(왼쪽)과 현대모비스 외국인 인재 가운데 가장 고위층으로 합유한 '악셀 마슈카' 글로벌 OE영업부문장 부사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는 2016년 북미연구소와 유럽연구소에서 외국계 임원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악셀 마슈카 부사장의 영입은 연구개발 분야에 국한했던 외국인 인재 등용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말, 외국인 임원 영입을 본격화했다. 2006년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의선 회장이 독일 폭스바겐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사장(당시 부사장)을 영입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후 연구개발본부(앨버트 비어만 사장)와 디자인(루크 동커볼케 사장) 등으로 인재 영입이 확대됐다.

이처럼 디자인과 연구개발분야에 국한했던 외국인 인재 영입은 지난해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경영과 마케팅, 브랜드 전략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현대차는 작년 4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설했다. 이 자리에는 닛산 전사성과총괄(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오른팔(ally)로 알려진 무뇨스 사장은 북미와 중남미를 총괄하는 미주권역 담당 책임까지 맡고 있다. 이어 현대차는 닛산 출신의 랜디 파커 부사장도 북미 영업부문에 추가로 영입했다.

▲왼쪽부터 '안젤라 제패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올라비시 보일'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모빌리티 전략 총괄 부사장, '클라우디아 마르케즈' 현대차 멕시코 법인장. 이들 3명은 <오토모티브 뉴스>가 뽑은 '북미 車산업 선도 100인의 여성 리더'로 꼽혔다. 안젤라 제패다 북미법인 CMO는 이노션에서 현대차로 합류한 경우다. (사진제공=HMA)

나아가 상품기획과 브랜드 전략, 광고부문에도 외국인 여성 인재가 속속 합류 중이다.

현대차 북미 마케팅 책임자 안젤라 제패다(Angela Zepeda)를 시작으로 북미 상품기획 및 모빌리티 부문에 올라비시 보일(Olabisi Boyle) 부사장, 현대차 멕시코 법인장 클라우디아 마르케즈(Claudia Marquez) 등이 지난해 합류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비(非) 순혈주의 인재 경영은 향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년 전 9명이었던 등기임원 가운데 외국인은 없었다. 그러나 올 6월 기준 11명 등기임원 가운데 외국인은 2명이다. 연구개발본부의 앨버트 비어만 사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등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당하던 과정에서 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외국계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사회 보강 과정, 나아가 경영 분야에서도 외국인의 합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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