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화이자 백신 예방효과 90%”…터널의 끝인가 희망고문의 재시작인가

입력 2020-11-10 16:12수정 2020-11-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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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류에게 멋진 날…100년 중 가장 중요한 의학 발전”
화이자, 이달 중 FDA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 계획
이번 연구결과는 94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데이터
임상 3상 최종 분석 나오면 수치 바뀌거나 뜻밖의 부작용 나타날 수도

▲한 연구원이 화이자 로고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가 넘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흥분에 휩싸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화이자 백신에 대한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백신 임상시험 3상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94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화이자는 약 4만4000명을 대상으로 백신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다. 이중 절반에게는 개발 중인 백신을, 다른 절반에게는 위약을 투여했는데 94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 이 94명의 감염자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위약을 투여받은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백신 접종자 가운데 확진자는 10%도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접종한 사람에게서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과학과 인류에게 멋진 날”이라며 “공중보건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계산한다면 이번 백신은 지난 100년 중 가장 중요한 의학 발전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대한 데이터를 점검한 뒤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파우치 "75% 이상 효능 백신 있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FDA는 “임상 3상에서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험해 예방효과가 50% 이상 나오면 백신을 허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과학계도 백신 효과를 최대 75%로 예상했던 만큼 화이자의 성과는 놀랍다는 평가다. 미국 코로나19 대응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화이자의 보고는 매우 놀라운 것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우리의 모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가 75%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는 백신을 얻고 인구 상당수가 이를 접종하면 내년에는 어느 정도 정상적 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화이자, 생산에도 박차…입도선매 경쟁도 치열

화이자 측은 연내 최대 5000만 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을 1인당 2회 접종해야 해서 2500만 명분이다. 내년에는 최대 13억 회분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CNBC에 “화이자 백신은 이르면 12월 말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내년 3분기까지는 널리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이자 백신을 둘러싼 입도선매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정부는 7월 화이자와 백신 1억 회분 구매 계약을 맺었다. 유럽연합(EU)도 9월 화이자 백신 2억 회분을 선매입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1억2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캐나다도 최소 2000만 회분을 받기로 했다.

트럼프 "대선 지난 후에야 이런 소식 나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모두 한목소리로 “좋은 소식”이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트위터에 “FDA와 민주당은 내가 대선 전 백신을 확보해 승리하기를 원치 않았다”며 “이에 대선 후 5일이 지나서야 이런 소식이 나왔다. 내가 항상 말했던 것처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소식이 희망 고문이 될 것이라는 불안은 여전하다. 화이자는 총 164건의 코로나19 사례가 발견될 때까지 시험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므로 백신 효과에 대한 초기 추정치가 바뀔 수 있다. 또 임상 3상이 전부 완료돼 모든 데이터 분석이 끝나면 수치가 완전히 바뀌거나 뜻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캐나다 총리 "마스크 착용 계속해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화이자의 유망한 백신 결과는 ‘터널 끝에서 빛을 본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백신이 널리 사용되기 전에 여전히 몇 가지 장애물이 남았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아직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접촉을 제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기 위한 다른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ㆍ러시아 백신에는 시큰둥한 반응

중국과 러시아도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일부는 이미 긴급사용 승인까지 한 상태다. 그러나 과학계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의 백신은 최종적인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Ⅴ’를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했으며 지난달에는 두 번째 백신인 ‘에피박코로나’도 승인했지만, 시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연구소의 옥사나 드라프키나 소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의 스푸트니크Ⅴ 백신 효능도 90% 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반응은 거의 없었다.

브라질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안비사)은 이날 “중국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3상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사망 이유가 백신과는 관련이 없다”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의 알력다툼이 중단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정적인 도리아 주지사가 중국산 백신을 도입하려는 것에 크게 반발해 왔다. 현재 상파울루 주정부 산하 부탄탕연구소가 시노백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증거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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