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꼬인 WTO 사무총장 선거…미·중 힘 싸움에 장기 교착 가능성도

입력 2020-10-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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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선호도 조사 크게 열세지만 미국 지지…미 '거부권 행사' 의지 확고
중국, 오콘조이웨알라 지지…미 일방주의 비판

▲양자 대결로 압축된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 선출. 왼쪽은 우리나라의 유명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오른쪽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 AP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전이 흘러가는 모양새가 수상하다. 한국과 나이지리아 후보의 선의의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선호도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으나 미국의 지지 선언에 중국의 비판이 가세하면서 판이 꼬였다.

29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WTO 회원국들의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예상보다 큰 표 차로 밀렸다. 모든 회원국의 의견일치로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관계로 통상 이 정도 차이면 유 본부장이 상대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하는 그림이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이 유 후보를 공식 지지하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WTO는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며 유 본부장을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WTO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빅터 가오 국제관계 전문가 겸 전 덩샤오핑(鄧小平) 통역은 SCMP에 "미국은 WTO와 같은 국제기구보다 상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지속해서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라는 점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WTO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정권이 중국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보는 절대 지지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과 중국, EU 등 강대국의 반대가 있다면 합의 도출은 어렵다. 미국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오콘조이웨알라의 당선도 쉽지 않다.

우리 정부의 선택은 두 가지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수 있도록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마지막 절차인 회원국 협의에서 역전을 노리며 시한인 11월 9일까지 버티는 방법이다.

미국이 유 후보를 지지하면서 끝까지 가자고 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사퇴할 수도 없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특히 미국이 다른 강대국들을 설득, 압박해서 유 후보를 지지하도록 만들어도, 나이지리아를 미는 측이 반발해 사무총장 선출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그로 인한 비난이 한국에게 돌아오는 상황도 우려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압도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회원국들이 많은 상황에서 미국이 얼마만큼 의지를 갖고 회원국들을 설득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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