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 꿈 같은 얘기…과로사 남 일 같지 않아"

입력 2020-10-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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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노동자 '사회 안전망' 절실

(이투데이DB)

사업주 적용제외 신청 강요에 택배, 산재보험 가입률 20%
코로나 사태에 취약성 노출..."고용ㆍ산재보험 의무 가입을"

#보험설계사인 A(47)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올해 3월보다 수입이 20~30% 수준으로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A 씨는 갈수록 일감이 적어지다 보니 소속 사업장으로부터 해촉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A 씨는 “요즘 들어 고용보험에 가입된 일반 근로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일반 근로자는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구직에 나설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에게는 꿈 같은 얘기”라고 토로했다.

#모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택배기사 B(45) 씨는 최근 경쟁사 택배회사 소속 택배기사들의 잇따른 과로사가 남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침에 출근해 택배 분류 작업과 배송 업무까지 하루 14~15시간을 일하는 것이 몸을 혹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어서다. B 씨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계기로 산재보험 가입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산재보험 가입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동종업계의 택배기사가 업무 중 과로로 숨졌는데도 산재보험 미가입 이유로 보상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산재보험 가입 필요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 근로자와 달리 고용·사회적 안전망에 편입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특고들은 이같이 토로했다. 고용·산재보험 사각지대로 인해 만약의 실직과 산재사고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특고의 고용·사회적 안전망 취약성이 코로나19 사태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 영세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에 생계비를 지급하는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현황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지원금은 해고 등 비자발적 이직 시 생계·구직지원의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의 고용보험 혜택을 받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해당 혜택이 없는 특고 등 취약계층에 150만 원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1차 지원금 신청자(6월 1일~7월 20일)는 176만3555명으로, 이 중 특고는 59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일감 부족으로 소득이 줄고, 급기야는 실직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들이다. 정부는 1차 지원금을 못 받은 특고 등 20만 명을 대상으로 2차 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특고 산재보험 사각지대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 확대로 업무량이 늘어난 택배 업계에서 올해에만 업무 중 과로로 숨진 택배기사(현재까지 11명)들이 잇따른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이달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 씨가 업무 중 과로로 숨진 것이 큰 계기가 됐다. 고 김원종 씨가 산재보험 가입 대상자이지만 적용제외 신청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용제외 신청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산재보험 임의 가입 허용이 특고의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7~2020년 7월까지 입직 신고된 특고 총 53만2797명 중 79.7%(42만4765명)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 10명 중 8명이 스스로 산재보험 미가입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특고의 산재보험 가입율이 20%에 불과한 것은 특고가 소득 공개 등을 꺼려 가입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사업주의 적용 제외 신청 강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부담과 함께 사고 발생 시 재해 사업장 이미지, 산재보험료율 증가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특고의 보험가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사업주의 부담 등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취업자가 실직과 산재에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특고의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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