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구글 제소] “구글·애플은 한 회사“ 피차이-쿡 2018년 밀회...그동안 ‘라이벌 코스프레’ 했나

입력 2020-10-21 17:01수정 2020-10-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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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회동서 검색 매출 증대 방안 논의
애플 고위 임원 “한 회사처럼 일하는 게 우리의 비전”
“구글 검색 트래픽의 절반이 애플 제품서 발생…그 대가로 연 80~120억 달러 건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구글과 애플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두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라이벌이지만, 뒤로는 끈적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 독점에서 오는 엄청난 혜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구글과의 법적 공방에서 이 비밀스러운 관계가 최대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구글과 애플이 비밀스러운 거래를 통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이며 시장을 좌지우지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당사자인 구글은 물론 애플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던 핵심 파이프라인을 잃을 수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 아이폰의 검색 트래픽에 의존해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구글의 주력 검색 엔진은 애플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다. 즉, 소비자가 아이폰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 검색 결과와 관련 광고가 뜬다.

법무부는 양사의 이런 파트너십이 단순한 교섭의 결과가 아니라 막대한 돈이 물밑에서 오고 간 부당거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만나 양사가 검색 부문 매출을 어떻게 증대시킬지를 논의했다. 두 사람의 회동 이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애플 고위 임원은 구글 측에 보낸 서한에서 “하나의 회사처럼 일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독점적 지배력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통해 양사가 은밀하게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애플과의 검색 엔진 딜(Deal)은 양사 모두에 중요한 수익원을 창출할 것”이라며 “이를 잃는 것은 ‘코드레드(Code Red·최악의 비상 상황)’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구글 내부문서를 소개했다.

구글이 애플에 건네는 돈이 얼마일지 양사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소장에서 “애플이 협정을 통해 구글로부터 연간 80억~120억 달러(약 9조~13조6000억 원)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수치는 양사의 실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법무부 추정이 맞다면 애플은 연간 순이익의 15~20%를 구글로부터 얻는 셈이다. 애플은 최근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주요 성과로 어필했는데, 구글과의 검색 딜이 핵심 성장 동력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구글은 모회사 알파벳의 연간 순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애플에 바친 셈이 된다. 그만큼 구글이 얻는 이익도 막대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지난해 구글 검색 트래픽의 거의 절반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내용들은 구글이 다른 업체와의 독점적 계약을 통해 검색 경쟁자를 차단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였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는 “구글과 애플의 다년 간의 계약이 매우 중요한 유통 채널에 대한 구글 검색 경쟁자들의 접근을 가로막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사파리에서 검색 엔진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이나 ‘야후’ 검색, 또는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을 표방하는 ‘덕덕고(DuckDuckGo)’ 등으로 수동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어 사실상 구글은 애플 생태계에서 검색 엔진의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사의 밀회는 과거와 극적으로 달라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투입하면서 친구 사이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설립자와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 관계가 멀어진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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