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중립, 직립] 소비가 미덕?!

입력 2020-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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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부장대우

올해로 결혼 15년 차를 맞는다. 우리 집엔 그 15년을 함께한 가전제품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세탁기다. 재작년쯤 냉장고를 새로 바꿨고, 에어컨도 딸아이가 태어날 때쯤 샀으니 적지 않은 가전제품을 10년 넘게 사용했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소비하는 사람인 소비자의 상대 개념이 여러 개 있겠지만 기업이 아닐까 싶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은 소비를 통해 돈이 돌고, 그 돈이 다시 기업으로 들어가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제품을 만들어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소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의미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그 주체, 책임을 힘없는(?) 소비자에게 돌리는 듯한 뉘앙스가 다소 거슬린다.

역으로 보면 ‘임금 인상이 미덕’, ‘기업 투자가 미덕’일 수 있다. 기업이 직원들의 급여를 늘려주면 그 돈으로 소비를 하고 다시 그 돈이 기업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금 인상과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 주체와 관련해 낙수 효과와 분수 효과도 있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주체를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나라의 정책도 바뀌고 경제 풍토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달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봤다. 작년 2.0% 대비 3.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세계 경제 성장률을 작년 2.8%에서 -4.4%, 지구촌 경제를 선도하는 선진국은 작년 1.7%에서 -8.1%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이 난관을 헤쳐나가려 하고 있다. 11월 1일 시작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발판 삼아 내수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숙박,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 외식, 농수산물 분야의 8대 소비쿠폰 정책을 시행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6일 제1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비쿠폰과 연계한 내수 활력 패키지 추진 재개를 모색하려 한다”며 “방역 당국과 협의해 그간 중단된 8대 소비쿠폰 정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 회복을 위한 내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보름간 열리는 코세페와 관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민간소비 감소가 경기 위축의 주요 요인이 되는 가운데 내수 활성화는 4분기 경기 회복의 핵심 변수”라며 “최초로 전국 시·도가 모두 참여하는 이번 코세페가 ‘연대와 협력’을 통한 소비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코세페에는 1000개 이상의 유통 및 제조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2016년 코세페 개최 이래 최대 규모다.

나라 경제가 안 좋다. 굳이 나라 경제를 들먹일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에 ‘(합리적인) 소비가 미덕’이라는 걸 해볼까 한다. 신형 세탁기 구매로 나의 가사도 한층 여유로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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