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치료제 개발 활기…세계 최초 '코로나 청정국' 가능할까?

입력 2020-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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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던 ‘렘데시비르’의 약효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우리 기업이 치료제 조기 개발에 성공해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9곳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았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지난 4월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임상 2상을 시작으로 약물 재창출과 신약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부 손 잡은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1200명 예방 임상 진입…조기 사용 '속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치료제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민관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정부는 CT-P59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219억 원을 지원했다.

CT-P59는 지난 8일 예방 임상시험인 3.3상에 진입했다. 밀접 접촉자 및 무증상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임상은 국내 환자 700명을 포함해 총 1200명을 모집하는 대규모다. 임상이 성공하면 의료진이나 면역력이 취약한 고연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해 백신 이상의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셀트리온은 경증·중등증 환자 임상 2·3상 승인을 받고 치료제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2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면 즉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의 개발 성공에 자신감을 보인다. 임상시료 확보 외에도 조건부 허가 시 신속한 공급을 위한 치료제 생산에 들어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르면 연말께 CT-P59를 치료 목적으로 환자에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 회장은 전날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제2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9만 명분 정도의 약을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리스크는 있겠지만, 자신감이 있으니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C녹십자ㆍ종근당ㆍ대웅 등 국내 제약사들, 치료제 개발 레이스에 '전력'

GC녹십자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혈장치료제 'GC5131'의 임상 2상을 수행 중이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조기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240ℓ의 혈장을 사용해 두 번째 배치 생산을 완료, 의료 현장의 혈장치료제 수요에 대비했다.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은 식약처 승인 아래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8월 임상 2상이 승인된 직후부터 의료진의 문의가 이어졌다"면서 "연내 임상 2상의 결과를 확보해서 연말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르지만, 1회 투여분 생산을 위해 확진자 2~3인의 혈장 공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량 생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항체치료제와 혈장치료제의 투트랙 지원으로 의료 현장의 급한 불을 끄는 한편, 개발 속도를 당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약물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8일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의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DWRX2003은 대웅그룹의 약물 전달체 기술을 활용해 니클로사마이드를 서방형 주사제로 개발한 것이다. 경구투여의 낮은 흡수율을 극복하고, 1회 투여만으로 바이러스 질환 치료가 가능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니클로사마이드의 동물효력시험을 통해 인플루엔자(독감)로 인한 사망률 감소 효과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응하는 약물로 개발할 예정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니클로사마이드 주사제의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 2·3상 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니클로사마이드 외에도 '카모스타트' 성분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카모스타트는 만성 췌장염 및 위 절제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이미 시판 중인 의약품이다.

이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 종근당,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부광약품이 약물재창출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일찌감치 승인받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한때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자릿수에 이르는 등 진정세를 보이면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재확산이 일어나면서 임상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 약효 미달…글로벌 치료제 시장, 다시 '무주공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한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이 과열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 지위를 꿰차면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불거졌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WHO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진행한 다국적 임상에서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변이와 빠른 확산 등의 특성으로 개발 및 상용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항체치료제에 대한 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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