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태국, 반정부시위 격화...절대 왕정에 반기든 Z세대

입력 2020-10-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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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시위대, 왕궁 인근 민주기념탑서 총리실까지 행진
태국 정부 ‘5인 이상 집회 금지’ 비상조치 발령
“왕은 왜 필요한가” Z세대, ‘불가침 영역’ 왕실에 노골적 반기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수도 방콕 도심에 모여 시위대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AP연합뉴스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고 있다. 젊은 층이 태국에서 신처럼 추앙받던 왕실에까지 반기를 들고 있는 한편, 정부 또한 비상조치를 꺼내 드는 등 시위대에 칼을 빼 들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대는 전날 태국 수도 방콕에서 집회를 열고, 왕궁에 가까운 민주기념탑에서 약 2km 떨어진 총리실까지 행진했다. 이번 반정부 집회에 약 2만 명 규모의 인파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의 앞길을 가로막으면서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지도부가 공언한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총리실로 향하는 길목들을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았다. 일부 길목에는 바리케이드와 경찰, 그리고 경찰 버스까지 동원하면서까지 행진을 저지했다. 하지만 경찰의 3중 방어막도 결국에는 뚫렸고, 시위 참석자들은 정부 청사까지 진출했다. 일부 시위대의 경우 청사 주위를 둘러싸고 ‘밤샘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아울러 시위 당일 오후 늦게는 민주주의 기념탑 옆으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차량 행렬과 시위대가 마주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랏차담넌 거리를 지나가는 수티다 왕비를 태운 호송차를 막으며, 반정부 시위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도로변에는 왕실 지지자들도 모여들어 데모대와 페트병을 서로 던지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왕실 지지자 중에는 군과 경찰 인력이 다수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서는 최근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등을 촉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열리고 있다. 태국에서는 7월 이후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 초반에는 군정의 흐름을 따르는 쁘라윳 총리의 퇴진과 헌법 개정을 주로 촉구해왔지만, 이후 절대적 권위를 지닌 왕실의 권한 축소에까지 요구를 넓이면서 반체제 운동의 성격이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시위대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군부 정권 제정 헌법 개정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계속되는 시위에 평소 독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도 귀국했으며, 당국은 엄격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급기야 이날 5인 이상 집회 금지 등의 비상조치까지 발령했다. 다수 사람이 방콕 시내 불법 집회에 참석하고,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했으며,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태국에서는 5인 이상의 집회,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 및 온라인 메시지, 정부 청사 등 당국이 지정한 장소에의 접근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약 한 달 만에 열린 전날 시위는 태국 학생들과 시민들이 1973년 타놈 키티카쵸른 군사독재 정권을 타도했던 10월 14일 ‘피의 일요일’과 같은 날에 진행됐다. 당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후 군사정권이 퇴진함에 따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날로 꼽힌다.

태국에서는 약 50여 년 전 독재정권을 물러나게 했던 학생들의 저항 의식이 다시금 샘솟고 있다. 태국 형법은 왕실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의 행위에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내리는 엄격한 ‘왕실모독죄’가 규정돼 있다. 어릴 때부터 왕실을 숭배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태국인들은 왕을 ‘살아있는 신’처럼 떠받들기도 했다. 이러한 불가침 영역에 노골적인 반기를 든 것이 바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익명성과 솔직한 교류 등에 익숙한 이들은 부모세대와는 달리 고압적인 정권과 왕실에 대한 반발감이 크다. 국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통해 독일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서 ‘#우리 왕은 왜 필요한가(#whydoweneedaking)’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된 것은 Z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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