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일궈낸 '품질경영' 신화…정몽구 회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입력 2020-10-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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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와 홀로서기
美서 내구성 논란 ‘품질경영’ 앞세워 극복
日 경쟁사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5위 키워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지난 20년 끊임없이 품질을 강조한 그의 '품질경영' 신화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5위 수성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ㆍ기아자동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까지 끌어올린 정몽구 명예회장은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총수 지위를 물려주고 사실상 재계에서 은퇴했다.

14일 정의선 회장 선임과 동시에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1999년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만,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그룹을 일궈낸 지 20년 만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해 달라는 의사를 자주 밝혔다. 가족 역시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오른 이후부터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전략적 결단, 개방적 협력 등을 주문하면서 신뢰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동안 일궈온 그의 업적도 재조명되고 있다.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정주영 창업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난 정몽구 회장은 서울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차에는 1970년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1982년 맏형인 몽필씨가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사실상 장자 역할을 해 왔다.

1974년에 ‘현대차써비스’를 설립하면서 독자경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1977년에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을 앞세워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올랐다. 이른바 ‘포니정’으로 불렸던 작은아버지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을 대신해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동생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였다. 결국,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계열사를 들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대 들어 현대차의 최대 과제였던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끌어낸 주인공이다.

1990년대 미국 진출 직후 ‘값싸고 고장 많은 한국차’라는 내구성 논란에 맞서 ‘품질경영’을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앞세운 그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의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품질’을 끝없이 강조하면서 이른바 ‘품질경영’이라는 차 업계의 신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인수한 기아차 역시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춰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했다.

1999년 에쿠스를 앞세워 고급차 브랜드 진출도 추진했다. 이 전략은 2015년 제네시스 출범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현대제철의 일관 제철소 추진을 비롯해 현대건설 인수까지 과거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궈낸 창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종합 그룹사로 변모하는 데 이바지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를 포함한 10개 계열사의 자산은 34조 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현대차그룹은 54개 계열사와 자산 234조7000억 원을 보유한 종합 그룹사로 변모했다.

평소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던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해외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과 판매,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고객 지향의 품질 주의를 확고히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병세는 다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던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해외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과 판매,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고객 지향의 품질 주의를 확고히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올 2월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 처음 헌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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