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EU 대미 보복 관세 승인…“미국의 보잉 지원은 부당”

입력 2020-10-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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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최대 연간 40억 달러 관세 부과할 수 있는 길 열려
미국은 이미 유럽 에어버스 보조금에 보복 관세 부과
양측, 16년째 분쟁 벌여…협상으로 문제 해결 모색 중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의 거대한 보잉 공장 앞을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에버렛/AP연합뉴스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에어버스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상대방의 항공기 제조사 지원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WTO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잉에 대한 지원이 부당하다며 EU가 보잉 항공기와 기타 미국산 상품에 대해 연간 약 40억 달러(약 4조5800억 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도 지금까지 유럽 에어버스 보조금을 놓고 EU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에 2004년부터 시작된 양측의 갈등이 아직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항공기를 둘러싼 분쟁은 WTO 출범 이래 가장 장기화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WTO는 이날 발표한 121페이지 분량 보고서에서 “보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에어버스가 과거 주문을 놓쳤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양측은 서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상하거나 장기간의 무역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앞서 WTO는 지난해 에어버스가 유럽 각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며 미국이 75억 달러 상당의 유럽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미국은 와인과 치즈, 올리브유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에어버스에 대해서 올해 3월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빌 라인쉬 선임고문은 “미국은 EU보다 부과할 수 있는 관세가 거의 두 배에 달해 강력한 위치에 있지만 40억 달러를 단순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며 “이는 양측 협상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지만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 EU 집행위원회(EC) 부위원장 겸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트위터에 “우리는 협상으로 타결하는 것을 강하게 선호한다. 즉시 미국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이익을 옹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에어버스의 기욤 포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EU가 취하는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며 “공정하게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이제 대서양 양쪽에서 관세가 철폐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보잉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이미 폐지됐기 때문에 EU가 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EU가 관세를 강행하면 미국도 보복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미국은 해결책을 협상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최근 우리의 제안에 대한 EU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복원하기 위해 EU와의 협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에어버스와 EU가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미국과 유럽 고객들에 대한 위협으로 이 문제를 확대하기보다는 오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선의의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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