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아파트값 불붙인 '미친 전셋값'…주택시장 불안 뇌관되나

입력 2020-10-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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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셋값에… 중저가 아파트 매입으로 번진 '패닉바잉'

#서울 목동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40대 초반의 이모씨는 최근 구로구 고척동 아파트 한 채를 사기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실거주를 결정한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 교육을 위해 목동에서 살았던 만큼 인근에 전세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으로는 새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연일 오르는 집값 소식도 이 씨의 아파트 구매 심리를 부추겼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 씨는 "목동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비교적 가격도 싼 고척동에 집을 장만할 생각이지만 이 곳 집값도 최근 너무 올라 매입하는데 꽤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 66주 연속 상승에
"강남 전셋값이면 중저가 아파트 살 수 있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수요자들의 아파트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신조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집을 사지 않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28일 기준 0.09% 올라 66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구가 0.09%에서 0.12%, 서초구가 0.07%에서 0.09%로 올랐다. 송파구(0.12%→0.13%)와 강동구(0.13%→0.14%)도 전주보다 상승률이 올라갔다. 강남4구 뿐 아니라 노원구(0.07%→0.14%)와 동작구(0.08%→0.12%) 등도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이면 강북의 중저가 아파트를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형은 지난달 전셋값이 8억 원으로 최고가 거래 기록을 썼는데 노원구 하계동 청구아파트 전용 84.97㎡형의 최근 실거래 매매값이 7억8200만 원이다. 구로동 우성아파트 전용 84.95㎡형도 8억 원 초반대에 매매거래되고 있다.

구로동 G공인 관계자는 "이 동네 집값이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싼 편이다 보니 다른 동네에서 전세를 살다가 이곳에서 집을 아예 마련하려는 세입자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전했다.


타 지역 집 마련 문의전환 급증
"중저가 아파트 상승 땐 서민 주거 불안 야기 우려"

치솟는 전셋값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쪽으로 몰리면서 중저가 아파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59㎡형은 지난달 말 8억5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도봉구 쌍문동 한양7차 전용 84㎡도 지난달 16일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 4억5000만 원 대비 1억2000만 원 비싼 금액이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 101㎡도 지난달 12억4000만 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문제는 급등하는 중저가 아파트값이 부동산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그간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강남 고가아파트를 지목해왔지만 중저가 아파트 몸값이 치솟을 경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전세가격 불안인 만큼 추가 대책을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도 주택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수요자들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 단지를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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