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억제 강도에 엇갈린 경제 회복…동·서, 글로벌 수급 구도 바뀌나

입력 2020-10-12 15:01수정 2020-10-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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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연일 5만 명 신규 확진·유럽도 규제 완화에 코로나 억제 ‘도루묵’
아·태 국가들 코로나 억제 후 엄격한 제어 유지
亞, 유럽·북미 소비 의존에서 세계 경제 수요처로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핫스폿 현황. 한 주 동안 10만 명 당 하루 평균 환자 수 기준. 붉을 수록 많고, 회색은 적거나 없는 경우. 출처 뉴욕타임스(NYT)
“유럽과 중국의 차이는 뚜렷하다. 유럽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적어도 6~12개월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시아,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자신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대륙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유럽 대륙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경제 회복에 힘이 빠진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은 확산 억제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에 의존해 성장을 촉진해온 동아시아가 이번에는 나머지 세계 경제의 수요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동서 간의 격차는 전염병에 대한 각국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은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가 ‘2차 유행’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했다. 미국에서는 최근에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5만 명씩 쏟아지고 있으며, 유럽 각국에서도 사상 최다 감염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무서운 기세로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상황이 이처럼 악화했음에도 3월에 취했던 국가적 록 다운(도시봉쇄)을 다시 꺼내 드는 일 만큼은 꺼리고 있다. 대신 접대, 오락, 여행 부문에서의 제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멜라니 데보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어떠한 정부도 3월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어떠한 제약이든 푸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바이러스가 다시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만과 한국,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 뒤에도 재확산 위험에 대비해 엄격한 제어를 유지했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해외 여행을 보류한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국경 폐쇄, 감염 추적, 검역,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경우에는 발병을 ‘제로(0)’로 억제하고, 새로운 사례가 나오면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처음 보고되고 인구도 가장 많지만, 현재 신규 확진자는 하루 수 건에 불과하다.

대륙별로 상황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국제 경제에서 아시아 국가의 위상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급격한 내수 위축을 피할 수 있었음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제조업 중심지가 서비스 대신 상품 소비로 전환해 득을 봤다. 마스크나 가운 등 의료용품에서부터 PC와 같은 원격근무용 사무용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강력한 수요가 아시아 공급망을 통해 퍼져 나갔다. 유럽과 북미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가운데, 그들의 공산품 수요를 충족시킨 건 아시아였다. 과거 서구권에 의존해 성장을 구가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에는 코로나19에서 조기 회복해 수요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스포츠웨어그룹 테크니카의 레미지오 브루넬리 중국 매니징 디렉터는 “유럽에서의 불확실성은 주로 전염병 확산과 관련이 있다. 또 다른 봉쇄 조처가 있을지, 어느 정도까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곳 중국에서는 큰 허브에서 신규 감염이 제로(0)로 떨어지는 것을 봤으며, 팬데믹에 대한 처리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수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사업을 하기에 매우 좋은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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