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정가 오물 청소하겠다더니...NYT “사업 고객된 기업·이익단체에 보답”

입력 2020-10-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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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 이상의 단체, 트럼프 그룹 호텔·리조트·클럽에 거액 지출
"트럼프 고객 가운데 90%가 어떤 식으로든 보답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탈세 의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폭로를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사업 명운이 걸린 이익단체들이 트럼프그룹이 운영하는 사업에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여러 형태로 보답을 받았다.

11일(현지시간)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관련 자료와 정부 자료 분석 및 관련자 인터뷰 결과, 200개 이상의 기업, 이익단체, 개인, 외국 정부가 트럼프 그룹 호텔과 리조트, 클럽에 막대한 돈을 지출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사업 명운이 걸렸던 이익단체 60곳은 트럼프 취임 이후 2년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와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워싱턴D.C.의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12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썼다.

70여 곳은 트럼프 그룹 소유 호텔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들도 호텔에서 기도회 등을 열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7년 호텔 행사에 15만 달러를 지출했고,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34만 달러를 썼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들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행사에 쓴 돈만 330만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만 이득을 본 건 아니다. 트럼프그룹의 고객이 된 이들 가운데 90%는 어떤 방식으로든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보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주장했다. 5명의 리조트 회원이 미국 대사로 임명됐고,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고문 자리를 꿰찼다. 트럼프 취임식에 상당한 돈을 기부했던 테네시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클럽에서 트럼프를 만나 수십 억 달러 대출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을 불러 “해결해줘”라고 말했다.

베트남 항공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트럼프 호텔에서 행사를 개최한 이후 미국 정부는 베트남 항공사들에 미국 취항권을 내주기도 했다.

NYT는 이번 분석 결과가 이익단체들이 어떻게 트럼프 사업을 이용해 정부 계약 및 요직을 따냈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한 트럼프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적폐 청산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정가의 오물을 청소하겠다(drain the swamp)’며 나타나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로비와 특혜로 찌든 미국 정치문화를 없애겠다는 선언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정작 본인도 그 오물에 빠진 셈이 됐다.

NYT 보도에 대해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또 하나의 음해”라며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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