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형아파트에선 전셋값이 매매값 추월하기도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시행으로 서울 강남권은 물론 외곽지역까지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 일부 소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따라잡는 사례까지 나오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형 아파트인 '비즈트위트바이올렛5차' 전용면적 12.19㎡형 전셋값은 1억1500만~1억2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1억1600만 원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달 23일 1억5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매매값이 전세가격보다 싼 것이다. 전셋값의 매매값 추월 사례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현재 이 아파트 매매 호가는 1억2000만~3500만 원 선으로 전셋값과 매매값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영등포구 신길동 '여의도 리버뷰' 전용 12.19㎡형도 이달 5일 1억25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매매시세는 현재 1억 2000만 원 선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이지만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1억 원이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원구 월계동 청백3단지 전용 49.77㎡형은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인근 공릉 라이프3단지(전용 34.44㎡)는 9000만 원 정도다. 중랑구 면목동 면목한신(전용 44.50㎡)도 매매ㆍ전세가격 차이가 7000만 원 정도다.
노원구 월계동 J공인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며 "당장 집을 사기 어려운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싼 전셋집을 찾는다"고 전했다.
51개월 만에 상승세 전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기준점인 100을 넘는 143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향후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전세값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시장 불안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매매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지만 정부 예상대로 만약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기준 53.6%로, 깡통전세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전월(53.3%)보다 0.3%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51개월만의 상승세 전환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정부와 여당이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놓은 대책들이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