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vs. 개발자, 앱 배틀] ‘디지털 석유’ 앱 경제 둘러싼 전쟁 배경은

입력 2020-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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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석유 두고 최대 반독점 소송 벌어져...현대사회 앱 경제서 재연
에픽게임즈, 애플의 수수료 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소송
구글, 내년부터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 사용 의무화...모든 결제 수수료 30% 부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6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애플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앱 아이콘들을 배경으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새너제이/AP뉴시스
디지털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두고 앱 생태계의 양대산맥이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애플과 구글 등 플랫폼 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서 서식하던 제3자 앱 개발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플랫폼 업체들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으며 반독점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100년 전, 최대 반독점 소송이 석유를 두고 벌어졌는데 현재 디지털 ‘석유’인 ‘앱’경제를 놓고 재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픽게임즈, 애플 상대로 반기

전쟁의 서막은 8월 13일 인기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애플에 30% 수수료 부과를 피하기 위해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는 직접 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에픽은 시스템 내에서 자체적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인앱(in-app)’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용자가 결제 옵션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애플은 에픽의 조치가 약관 위반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3억500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보유한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이에 에픽은 반경쟁 행위를 벌였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애플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우리 개발자 계정을 말소하고 개발자 도구에 대한 접근도 차단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면서 법원에 이를 금지하는 임시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의 반격

애플도 반격에 나섰다. 애플은 9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에픽게임즈를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다.

애플은 소장에서 “에픽의 소송은 계약 위반”이라며 “애플에 엄청난 손해를 가져와 이익 반환 등의 책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픽은 지난 2년 동안 다른 어떤 개발자보다 애플의 지원과 서비스를 활용해왔다”며 “포트나이트가 앱 스토어로 174개국에서 1억 3000만 회가량 다운로드 되면서 6억 달러(약 73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에픽이 자신을 ‘현대판 로빈후드’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는 수십억 달러를 굴리는 기업”이라며 “에픽의 주장은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자사가 설정한 규정들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앱이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상당한 자원 투입, 관리에 사용한 덕분이란 설명이다.

또 에픽이 애플의 ‘독점’을 주장하며 자신의 결제 수단을 도입한 행위는 ‘절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점 주장에 대해 자사 서비스 이용 관련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반경쟁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에픽과 스포티파이, 동맹 결성해 반발

에픽과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데이트 앱 ‘틴더’의 매치그룹 등은 아예 동맹을 결성해 애플의 ‘앱 수수료 정책’에 대응하고 나섰다.

에픽과 스포티파이 등 13개 업체는 9월 24일 앱스토어 운영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앱공정성연합(Coalition for App Fairness·CAF)’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특히 이들은 애플의 반경쟁적 관행에 이의를 제기, 행정규제 도입을 촉구했다. CAF는 웹사이트에 “애플이 운영체제 iOS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사용 가능한 제품과 기능을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통제하려 한다”며 “애플은 장비 제조업체에는 옵션을 제한하고 개발자가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강요하며 경쟁업체의 아이디어를 훔치도록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었으며 현재 EU 집행위 부위원장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의 “애플은 앱과 콘텐츠 배포에 있어서 ‘문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이 애플뮤직과 애플북스 등 다른 앱 개발자와 경쟁하는 시장에서 자신의 규정으로 경쟁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또 CAF는 “애플이 앱스토어 내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구매에 대해 30%를 수수료로 받는다”며 “어떤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수수료는 거의 없다. 이런 정책으로 많은 앱이 완전히 폐업했다. 애플 공동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내부 이메일에서 소규모 개발자에 거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른바 ‘애플세’는 앱 개발자 수익을 압박한다”며 “다른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호소했다.

새러 맥스웰 CAF 대변인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비영리 단체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도 참전

구글도 이날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모든 앱과 콘텐츠 결제 금액에 30%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전쟁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 가운데 인앱결제(IAP)를 제공할 경우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결제에 30%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미다.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가 의무 적용된다. 구글은 현재 게임에서만 인앱결제를 강제 적용하고 다른 앱에서는 자체 결제 수단을 일부 허용해주고 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생태계 재편

인앱 수수료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앱 경제뿐만 아니라 IT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도 재편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규제 당국이 애플, 구글 등 기술기업들의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법원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적인 부분 외에도 수수료 책정이 불공정하다고 결론 날 경우 애플을 비롯한 기업들의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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