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 속 '씨 마른 전세'… 이사 앞둔 세입자 '멘붕'

입력 2020-09-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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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아파트 단지에 전세 물건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입니다. 뭘 더 설명하겠습니까.”
(서울 송파구 가락동 N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데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도 빨라진 영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새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물량을 차지하고 있고, 집주인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건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셋값이 치솟아 웬만해선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1만 가구 대단지에 전세 물건은 달랑 50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8827개로 두 달 전인 지난 7월 말 3만8906개보다 약 77.3% 감소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서울 송파구와 은평구에서는 각각 89.5%와 91.2%씩 전세 매물이 줄었다. 총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는 이날 기준 전세 물건은 50개에 그쳤다. 두 달 전 전세 매물(873건)과 비교하면 94.2%나 감소한 셈이다. 같은 기간 1192가구 규모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롯데캐슬더퍼스트’도 전세 매물이 547건에서 21건으로 줄었다.

송파 헬리오시티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는 말 그대로 씨가 마른 상태”라며 “(전세로) 중개할 수 있는 물건은 2~3개뿐”이라고 전했다. 가락동 한 공인중개사도 “소개할 전세 물건도 없고 가격도 너무 올랐다”며 “체감상 2015년 전세난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는 많은 물건이 적다 보니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형 전셋값은 현재 10억9000만~12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전세 실거래가(8억5000만 원)와 비교하면 한달 새 약 2억5000만~4억 원 가량 뛴 셈이다.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역시 전용 84㎡형 전세보증금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7억1000만~7억3000만 원으로 지난달 실거래가(6억 원)보다 1억 원 넘게 올랐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간혹 나오는 매물도 시세 대비 높은 호가를 부르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주째 0.40% 이상 상승했다.

빨라진 반전세ㆍ월세 전환… 세입자 부담 가중

임대차 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 대신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월세 매물 건수는 총 9158건으로 전세 매물(8827건)보다 많다. 월세 매물 역전은 지난 18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보다 많아지면서 전세 계약 비율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525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세 거래는 3789건으로, 전세 계약 비율은 72% 수준이다. 지난 6월 전세 계약 비율 75%를 기록한 이후 7월 72.6%, 지난달 71.5% 등으로 줄곧 하락세다. 이달 집계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9월 전세 계약 비율 역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저금리 기조에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다"며 “임대차 시장의 중심이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옮겨가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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