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번진 전세난] 전세 뛰니 지방 매매값도 ‘꿈틀’

입력 2020-09-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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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든 캡투자 우려

▲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대구와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4㎡형의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한 뒤에도 호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방 아파트 단지 모습. (게티이미지)

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구 빌리브범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의 현재 매매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15억5000만 원으로 두 달 전보다 2억 원가량 올랐다.

인근 범어센트레빌 전용 84㎡형도 지난달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선 뒤 현재 호가는 11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범어라온프라이빗, 범어효성해링턴플레이스, 범어풀비체 등 최근 10억 원(전용 84㎡ 기준)을 넘긴 아파트가 대구에서 늘고 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지방 전셋값이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전언이다. 대구 법어동 D공인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지방도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면서 "2년 전보다 전셋값이 1억~2억 원 가까이 오르자 차라리 이 참에 아예 집을 사자는 쪽으로 돌아서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뿐 아니라 대전 유성구 도룡SK뷰 전용 84㎡형도 현재 12억1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해 초 10억 원을 넘긴 뒤 매달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인근 스마트시티 전용 84㎡형도 11억 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10억 원 후반대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정부의 잇단 규제 효과로 조정기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온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지방 아파트 주간 매매가 상승률은 0.10%를 기록했다. 서울이 0.01% 오르며 보합권에 머물었다.

문제는 지방 전셋값이 오르면서 갭투자 수요가 다시 늘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서울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갭투자가 용이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0.2%로 수도권의 경우 65.5%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 74.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충북 제천과 전북 전주, 군산, 전남 목포, 순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80%가 넘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방 주요 도시의 경우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더 오를 경우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서 캡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지방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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