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김현미 장관님, 축하드립니다

입력 2020-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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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님.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장관님이 취임하신지 오늘(21일)로 꼭 1190일째를 맞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기록한 1187일(2008년 2월 29일~2011년 5월 30일)을 넘어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되셨습니다.

이제 장관님의 한걸음, 한걸음이 새로운 기록의 도전이 됩니다. 안그래도 무거운 발걸음에 또 다른 부담이 될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사실 장관님은 시작부터 녹록치 않은 길을 걸으셨습니다. '국토부 최초 여성장관'이란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며 취임했지만 비전문가 출신이라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았지요. 이미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유동성 증가와 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졌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투기과열지구(8·2 부동산 대책)를 부활시키는 강경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겠지요.

이후에도 장관님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은 이어졌습니다. 무려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셨습니다. 문제는 전례없는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크게 잡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장관님은 "대책 효과로 집값 상승세는 꺾였으며 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씀하지만요. 저도 올 하반기 중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장관님 말씀대로 대책 효과일지, 아니면 오를대로 오른 집값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외부 변수로 쉬어가기에 나서는 것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장관님. 혹시 취임 당시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합시다."

맞습니다. 서울 집값이 한국감정원 자료로 14%가 올랐던 민간자료로 50%가 넘게 올랐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장관님 말씀대로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로 집을 사야하는 30대 가장과 정부를 믿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세금 폭탄으로 노후가 불투명해진 60대 부부의 현실을 봐 주십시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왔더라도 반으로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직도 장관님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남은 기간 현장에서, 국민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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