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란·민심 반대에도…‘선 넘는’ 부동산 규제 봇물

입력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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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매수했습니다. 세입자에게 전세 끝나면 실거주할 거라고 했더니 세입자 계약갱신권이 우선이라고 잘 알아보라네요. 제가 잘못한 건가요. 너무 화가 납니다”

“전세 낀 집을 매수했습니다. 매도인은 세입자가 만기 때 나간다는 조건으로 집을 내놓았고요. 헌데 오늘 현재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더 살겠다고 했답니다. 제가 실거주하거나 말거나 계약은 성립되고 세입자는 나가는 것 맞나요?”

임대차 3법 시행 두 달 만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한 경우 청구권을 적용하는지를 두고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당은 부동산감독원 권한 강화와 국가재난 때 갱신거절권을 막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매매 가격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정부도 헷갈리는 ‘계약갱신청구권’…시장 혼란만 가중

임대차 3법은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여당의 ‘속전속결’ 입법으로 곧장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은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2년 연장 요구권을 보장한다.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이를 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전세 낀 집을 사들인 매수인이다. 매수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의사를 밝혀도 등기 신고 이전이라면 실거주 목적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 매수자가 세입자와 ‘청구권 미행사’를 합의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세입자가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법 적용을 놓고 혼란이 시작됐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전세 낀 집을 구매한 매수자와 집주인이 바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문제를 문의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전세 낀 집은 매매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명확한 청구권 행사 범위와 집주인·세입자 권리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산하 상담센터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문의에 ‘실거주를 핑계로 세입자를 내보내라’고 답변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집주인이 단기간만 거주하고 매각해 실거주하지 않으면 불법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도 ‘논란 입법’ 계속…부동산감독원 ‘기소권’ 부여까지

여당은 시장 혼란 속에서도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 논의 등 시장 파급력이 큰 입법안 발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국토부장관이 거래자 가족관계 등록사항과 등기는 물론, 금융정보와 신용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전날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도입 관련 토론회를 열고 세부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 내용에는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수사권(특사경) 권한은 물론 기소권(검찰), 과세권(국세청) 등을 통합적·유기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금융정보 열람에 수사권, 기소권까지 갖춘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현실화되면 권력남용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 밖에 코로나19 등 국가재난 상황 시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하도록 한 ‘세입자 주거안정 보호법’도 민주당에서 발의됐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는 해당 법안에 반대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리는 등 민심 반발이 거세다.

이와 관련,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여당의 최근 부동산 입법안은 백화점식 규제를 나열하는 것”이라며 “현행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부작용을 남길 수 있는데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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