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투자자 및 관련 업계의 관심은 배터리 ‘내재화’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가 배터리를 내재화할 경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대 고객사가 사라질 수 있는 만큼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있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당장 배터리를 내재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현지시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30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열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배터리의 전략과 계획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배터리 생산 청사진인 ‘로드러너’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원가 절감과 에너지밀도 개선, 내구수명 증가 등의 목표로 추진됐으며 향후 배터리 생산 전략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셀 제조업체 ‘맥스웰 테크놀로지스’와 배터리 장비업체 ‘하이바 시스템즈’ 등 2차전지 관련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온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리란 관측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기존 차량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도 상당한 상황에서 배터리 설비까지 투자할 여력이 여의치 않은 데다 다른 부품 대비 ROIC(투하자본이익률)가 낮은 배터리 개발에 수십조 원을 투자할 리 없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연구원은 “그동안 배터리 분야에서 팩까지만 관여했던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통해 셀 영역까지 관여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며 “문제는 역시 제조의 영역으로, 즉 가격 경쟁력 갖춘 배터리 양산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난 25여 년간의 기술 개발을 통해 팩 기준 kWh당 150달러, 셀 기준으로는 이미 100달러 수준까지 가격 경쟁력 확보한 기존 셀 메이커를 넘어서는 원가 경쟁력을 불과 채 3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테슬라가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테슬라가 연간 80만대 생산 규모 및 자율주행 약 2.5단계 수준의 반도체 개발까지 5년간 약 13조 원 투자가 집행됐다”며 “향후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3년 내 최소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자율주행 레벨은 완전 자율주행까지 나아가기 위한 개발을 지속해야 하는 등 지난 5년간의 투자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 확대가 명약관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가 제조의 영역에서 30년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해온 기존 셀 메이커들과 경쟁을 위해 자동차 조립 및 반도체 영역 대비 가장 ROIC가 낮은 배터리 셀 개발에 수십조 원을 투자할 리 만무하다”며 “차량 공유 서비스 및 급속 충전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확대 과정에서 배터리 스펙 개선이 필수적인 가운데, 셀 메이커들에게만 배터리 스펙 개선의 로드맵을 맡기고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한상원ㆍ한경래ㆍ박강호 연구원은 “테라팩토리의 규모를 생각하면 중장기 과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2025년 1300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가정한 글로벌 EVB(전기차 배터리) 수요 규모가 957GWh고, 테슬라의 소비량도 210GWh 내외로 예상된다. 설령 테슬라가 배터리를 외부에 판매한다고 가정해도 당장은 그 규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금액도 문제로, 네바다 기가팩토리는 50억 달러(약 6조 원)의 투자비가 소요됐고 그마저도 파나소닉과의 합작 투자였다”며 “생산능력이 35~50GWh 수준임을 고려하면 테라팩토리 건설에는 약 1000억~15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최근 GWh당 설비 투자비가 600억~700억 원 내외까지 줄어들었음을 고려해도 총투자비는 500억~6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