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이 기술력 없다”…미국 포위망에 갇힌 중국 반도체 굴기

입력 2020-09-15 14:16수정 2020-09-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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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같은 대기업도 사업 접어야 할 수도…공급망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중국 저장성 둥양시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엔지니어가 작업하고 있다. 둥양/신화뉴시스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야심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중국은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자국 메이저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반도체의 자급자족 체제 구축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존도가 워낙 높은 데다 기술력을 단기간에 구축할 수도 없어서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진단했다.

15일 오후 1시(한국시간)부터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발효됨에 따라 미국 기술·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계열사로 판매하는 길이 전면 차단됐다.

이날 소니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등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라 화웨이용 이미지센서와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 출하가 거부당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다급하게 미국 상무부에 수출 허가 신청을 검토하는 한편,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 수출관리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부품 공급 루트를 일일이 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 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삼성의 경우는 장기적으로 화웨이 제재의 반사이익과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기술 애널리스트는 “반도체가 없다면 중국은 의미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중국이 반도체를 실질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없으면 화웨이와 같은 대기업도 사업을 접어야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량 등 새롭게 부상하는 영역에서 글로벌 1위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나 미국의 제재로 중요한 반도체 부품에 대한 접근과 제조업체의 기술 조달 능력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 공급망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겸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를 자체 설계한다. 그러나 이 칩을 생산하는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다. 문제는 TSMC가 미국산 반도체와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제재 때문에 15일부터는 TSMC도 화웨이와 거래가 불가능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도 제재 대상에 올릴지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SMIC도 최첨단 칩을 개발할 가능성을 원천봉쇄 당하게 된다. 가뜩이나 TSMC와 삼성전자에 몇 년 뒤처진 기술이 더 후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강경책에 해결 실마리를 찾기 힘든 주된 이유다. 삼성과 TSMC의 존재로 한국과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도한다. 설계 도구에 있어서는 미국이 지배하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다면 삼성, TSMC는 첨단 칩을 만들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연초 ASML이 SMIC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

다만 중국 반도체 부문이 전부 암울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어서 자국 벤더들이 국내 수요만으로도 생존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수요가 최첨단 칩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다. 댄 왕 애널리스트는 “인터넷과 연결, 도시 교통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신호등 등 많은 IoT 관련 기기에 아이폰 수준의 최첨단 칩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며 “이런 저가 부문이 바로 중국 기업이 지배하는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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