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시대 개막] 8년 독주 종지부 찍은 아베 ‘미완의 개혁’...공은 스가 시대로

입력 2020-09-14 16:39수정 2020-09-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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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올림픽 등 시급한 현안 직면…아베노믹스 전으로 돌아간 경제도 살려야

▲최근 10년간 일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이. 올해 2분기 연율 마이너스(-) 28.1%.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아베 신조가 ‘일본 최장수 총리’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8년 독주 체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의 뒤를 잇게 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아베 총리는 재임 기간에 놀라운 기록들을 남겼지만, 폭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완만한 것이 대부분. 이런 아베의 유산을 진전시킬지 여부는 전부 스가의 몫이다.

우선, 스가 신임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내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아베노믹스’ 이전으로 후퇴한 경제도 살려야 한다. 아베가 항상 ‘정책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던 헌법 개정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이어서 스가 신임 총재가 이들 현안에 어떻게 접근할지 주목된다.

공은 이제 스가 시대로 넘어갔다.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억제’=스가 신임 총재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다. 스가는 8일 아사히TV에 출연해 “신임 총리로서 가장 큰 일은 코로나19로 황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국민 모두 코로나 전염이 가능한 한 빠르게 억제돼 안전한 감정을 느끼고 일상생활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 명을 넘었고 지금도 매일 100명이 넘는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면 경제회복이나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라는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게 된다.

◇도쿄올림픽 예정대로 개최?=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코로나19 상황과 관계없이 내년 7월 도쿄 하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올림픽 개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일본은 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끌어안게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4일자 보고서에서 “도쿄올림픽 예상 지출액은 158억4000만 달러(약 18조8200억 원)로, 이전 사상 최대치였던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의 149억5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은 물론 이보다 더 늘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도쿄올림픽의 예상 수익 대비 비용 초과 비율은 20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못하면 올림픽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최악의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올림픽을 통한 일본 경제 재건 과시’라는 애초의 유치 목적은 허망하게 사라지고 일본은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된다.

◇‘스가노믹스’ 띄울까=아베는 공격적인 금융정책 완화로 시장에 돈을 풀어대는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펼쳤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이전 두 차례의 소비세율 인상 여파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500조 엔에도 못 미치며, 급기야 아베가 2기 집권을 시작한 2012년 말 수준으로 후퇴했다. 올 2분기 일본 GDP 증가율은 연율 환산으로 마이너스(-) 28.1%였다. 이는 1955년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역성장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연율 10% 이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2분기의 심각한 침체를 감안하면 느린 회복세다.

아베 정권이 시행한 1인당 10만 엔의 재난지원금과 여행산업 지원을 위한 ‘고 투 트래블’ 사업 등 경기부양책도 기대만큼 소비를 진작시키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코로나19는 물론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 일본 경제를 둘러싼 장기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스가는 9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일본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사회복지와 안보, 재정 개혁을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베노믹스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계속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헌과 북한 문제=사실 아베의 최대 숙원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는 평화헌법 개정이었다. 이에 대해 스가는 “2018년 자민당이 제안한 4가지 개헌안을 토대로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년 전 개헌안에는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무상화와 대규모 재해를 염두에 둔 중의원 임기 연장, 참의원 선거구 조정 등이 담겼는데, 핵심은 자위대 설치 근거 조항의 헌법 명기에 있다.

그러나 스가 신임 총재가 일본 국민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헌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가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탄도미사일 방어 등 전임자인 아베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노력할 방침이다. 그는 2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만나 납치 문제에 대해 돌파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가가 북한 문제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스가는 안보 측면에서는 절대 비둘기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계속 지지하는 등 북한에 절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무대에서 가장 준비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아베와 달리 스가는 외교정책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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